(서울=연합인포맥스) 2013년 인수·합병(M&A) 시장은 예상했던 대로 대기업의 자리를 사모펀드(PEF)가 메우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M&A에 보수적이었던 삼성과 LG, GS그룹 등이 타기업 인수에 나섰으나 총수 부재로 위축된 SK와 한화, CJ그룹 등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웅진그룹에 이어 STX그룹, 동양그룹이 차례로 해체의 길로 들어섰고 동부, 한진, 현대그룹이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하면서 매물은 차고 넘쳤다. 금융권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가 KB금융지주를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등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연말 M&A 시장에 가장 큰 뉴스거리를 제공했다.

다음은 연합인포맥스가 선정한 M&A 시장의 10대 뉴스.



◇PEF 천하 =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PEF가 주요 M&A의 인수주체로 자리매김했다. MBK만 해도 올 초 웅진코웨이 인수를 마무리한 데 이어 코메다, 네파, ING생명을 차례로 인수했고 최근에는 ADT캡스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출자하고 여러 기관이 각기 운용하는 '코에프씨(KoFC) 시리즈'도 중소형 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기업 부동산 시장은 이지스자산운용, 하나다올자산운용등 부동산 전문 펀드들이 거의 휩쓸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기관들의 자금도 PEF에 몰리고 있다.

또, 하반기 들어 국내 매물이 넘치게 되자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PE) 등 외국계 PEF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하필 M&A 고수들만…' = M&A로 현재 모습을 갖춘 SK와 한화, CJ그룹의 총수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대형 딜에 대한 의사결정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자체 합병·분할에만 치중했다. M&A로 성장한 기업은 총수의 승부사 기질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형 딜의 강자인 효성그룹마저 세무조사 등을 받으며 M&A 시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유동성 위기로 그룹 해체의 길을 걷는 웅진, STX, 동양그룹 등도 M&A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집단이다. 결과적으로 M&A 시장의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발생했다.



◇쏟아지는 구조조정 매물 = 지난해 웅진그룹에 이어 올해는 STX, 동양그룹이 해체의 길에 들어섰다. 주력 계열사를 내놓는 등 자구안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했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속속 매물화되고 있다.

이러자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그룹들이 서둘러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쏟아냈다. 동부그룹은 애지중지하던 동부하이텍 매각 등을 발표했고 한진그룹은 자산 매각을 통해 주력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재무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그룹도 현대증권을 내놓는 등 구조조정 길에 동참했다.



◇진격의 이랜드 = 높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에도 이랜드그룹은 중국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투어몰, 코치넬리, PIC사이판, COP리조트, 계림호텔 등을 매입한 이랜드그룹은 올해도 케이스위스, 오츠, 충주 수안보 와이키키호텔, 전주 코아호텔, 대구 소재의 갤러리아 동백점과 프린스 호텔, 스키 리조트 베어스타운 등을 사들였다. 제주도 테마파크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전공인 유통은 물론 호텔, 레저사업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다. 또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러한 이랜드에 대해 크레디트 시장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가격이 싸진 매물을 사들여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으나 재무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자원개발 주춤 = 공기업과 상사, 정유업체 등은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 자원개발에 집중했고 그 결과 자원 자급률도 크게 올랐다. 자원개발 관련 거래는 수년간 M&A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했거나 생산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원개발 거래는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됐다. 공기업과 상사들은 사업장에서 발을 빼거나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자원개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예년에 비하면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다.

M&A 업계 관계자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중국과 일본에 밀려 생산성이 뛰어난 투자처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 사업조정 = 지난해 디스플레이 사업 조정을 단행한 삼성그룹은 올해 들어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고,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을 결정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의 가치가 높아지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지분율을 계속 확대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삼성물산의 역할이 주목됐다.

현대차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부문 합병을 결정했다. 자동차 강판의 일관체제를 구축하는 사업적 시너지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등의 분석이 제기됐다.

이밖에 SK와 롯데, 포스코, 한진그룹 등도 합병과 분할을 통해 중복사업을 줄이고 수익성이 좋은 사업을 키우는 내부 단도리에 더 주력했다.



◇삼성과 LG, GS '우리도 M&A' = 삼성전자가 경쟁업체인 샤프의 지분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국내에서 휴대폰 경쟁업체인 팬택 지분도 사들였다. 경영권 인수는 아니지만, 사업적 협력을 강화해 실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제일모직과 함께 독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업체인 노바엘이디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 공격적인 M&A를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도 여러 건의 M&A 성사시킨 LG생활건강을 제외하고 인수에 보수적이었던 LG그룹도 HP사의 웹OS를 인수했고 LG CNS로부터 자동차 부품 설계와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V-ENS를 인수합병(이상 LG전자)했다.

비록 실패했으나 LG화학은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고 LG상사를 앞세워 STX에너지 거래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올 초 발표한 경영계획에서 사실상 적극적인 M&A를 선언했던 GS그룹도 GS에너지를 앞세워 타기업 인수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STX에너지를 손에 얻게 됐다.



◇유통업계의 세일앤리스백 바람 = 점포 등 부동산을 펀드에 매각하고 재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이 유통업체들의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무한 확장만 했던 유통업체들이 추가 투자비를 조달하고 차입금을 감축하기 위한 목적에서 부동산 펀드를 상대로 점포 팔기에 분주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성 물류센터와 부천상동, 인천작전, 수원영통, 대구칠곡 점포를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활용했다. 잇따른 자산 매각 행보로 홈플러스의 대주주 테스코가 한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다.

롯데쇼핑도 백화점과 마트 점포를 해외에 매각키로 하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농협이 차지하다 =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금융권에서 최대 이슈였고 특히 증권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의 주인이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NH농협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를 따돌리고 우투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증권업계는 물론 생보업계에서도 큰 도약을 꿈꾸게 됐고, KB금융지주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실패한 데 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딜까지 놓치게 되면서 매물로 나온 다른 증권사에 눈을 돌려야 할 처지다.



◇LG와 GS, M&A 시장서 손잡다 = 웅진케미칼 인수전에서 각각 LG화학과 GS에너지를 앞세워 경쟁했던 LG그룹과 GS그룹이 STX에너지 인수전에서는 손을 잡았다.

㈜GS는 STX에너지 지분 64.394%를 5천649억원에, LG상사는 7.5%를 658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계약을 지난 27일 체결했다. GS-LG 컨소시엄이 삼탄과 포스코에너지를 따돌리고 STX에너지를 인수하게 되면서 양 그룹은 웅진케미칼을 도레이첨단소재에 뺏긴 아쉬움을 달랬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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