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국내 기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

아태지역 M&A를 일본 기업이 주도하고 북미에서도 1억달러 이상 거래가 여전히 활발한 가운데 국내 기업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지역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르기'를 못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대기업에 대한 규제 등이 M&A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서 글로벌 경쟁사보다 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M&A자문순위(화면 8460)에 따르면 지난해 잔금납입이 끝난 완료기준 경영권 이전 거래 규모는 재무자문 19조1천719억원, 법률자문 20조8천864억원이었다.

지난해 재무자문 34조150억원, 법률자문 36조3천331억원에 비하며 급감한 수치다. 지난 2011년에는 각각 39조2천146억원, 47조2천324억원, 2010년에는 각각 28조8천360억원, 37조7천465억원, 2009년에는 27조3천286억원, 29조8천230억원이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지난해 거래 규모가 가장 작은 것이다.

이는 국내외 자문사를 이용한 거래를 집계한 수치(공동자문일 경우 거래 금액을 자문사 수로 나눔)로 국내 전체 M&A 시장 규모라고 볼 수는 없으나 대략적인 시장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지분인수도와 부동산, 사업부 양수도, 합병·분할, 기타 유형 거래를 포함한 자문금액도 지난해 재무자문 35조395억원, 법률자문 78조2천623억원으로 전년 각각 66조4천151억원, 93조2천274억원 비해 급격하게 감소했다.

법률자문의 경우 기업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면서 적은 수준은 아니지만, 재무자문의 경우 2009년 집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최대 M&A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3G캐피탈매니지먼트의 케찹 제조사 헤인즈 인수로 규모는 한화로 24조원이 넘는다. 두번째는 보다폰이 독일 최대 유선방송사업자 카벨 도이칠란트를 10조6천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 두 가지 거래가 지난해 국내 전체 재무자문 규모와 맞먹는다. 물론 글로벌 M&A 시장도 다소 위축되기는 했다.

두산중공업이 이탈리아의 안살도에네르기아를 인수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해외 기업 인수도 열매를 맺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등이 활발하게 인수를 하고 있으나 사모펀드(PEF)가 대기업의 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며 "PEF가 매입한 대상은 다시 매물화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나서줘야 M&A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한계 사업을 정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이 될만한 사업에는 길을 터주는 정책이 아쉽다"며 "해외 기업 인수에도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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