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바위는 죽은 것이지만 계란은 살아서 바위를 넘는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며 상영중인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변론한 국밥집 아들 `진우'가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보면서 이 대사가 연상됐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의지를 강조하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첫 번째 전략으로 공공기관 정상화를 꼽았다.

국가부채보다 많은 공공기관 부채가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대통령의 의지 하나만으로 바로 잡지 못할 사안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부채는 깰 수 없는 `바위'일 수 있다.

정부가 지난 해 말 집계한 주요 12개 공공기관의 부채규모는 412조원. 올해 국가 예산인 357조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하루 이틀만에 늘어난 부채도 아닐 뿐더러, 이미 공공기관들의 오랜 경영 관행으로 인해 고질적으로 만들어진 부채라는 점에서 개혁대상으로서는 `바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해 말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운용 지침'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개선할 운용 지침 내용 가운데 몇가지를 보면, `퇴직금은 예산편성 지침과 관련 규정에 정해진대로 운영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누진하여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는 항목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퇴직금을 누진해서 받고 있는 공공기관이 있다는 말이다.

이미 퇴직금 누진제도는 폐지된 지 오래다. 이 제도는 민간 기업들조차 경영상 부담이 상당한 항목이라 노조도 양보한 사항이다. 그런데 여전히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버젓이 있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개선 요구 조항도 있다.

교육비 지원 개선 항목 가운데 `자녀 영어캠프비를 지원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 문제는 일반 국민들조차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가계부채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적자투성이 기관을 떠받들고 있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기관 자녀들의 영어캠프비를 대 왔다는 건 헤프닝 차원을 넘어서는 일이다.

치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임금 부분을 보자.

특히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높은 급여는 특히 요즘처럼 금융시장 불황 여파로 민간기관 종사자들이 허탈해 하며 어려움을 겪는 시기엔 도드라져 보인다.

295개 공공기관장 평균연봉이 1억6천만원인데 반해 금융공기업 수장들 연봉은 대부분 2배 이상이다.

정부는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를 공공부분이 환골탈태하는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을 강하게 피력한 만큼 이번에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바위'의 환골탈퇴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국민과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바위를 넘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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