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엔화약세 등 불안요인 확산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대한민국 실물경제가 심상치 않다.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불안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둔화, 수출 둔화 등으로경상수지 적자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성장과 물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에 반사이익을 제공했던 일본의 엔화 강세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물경제 둔화와 경상수지 악화, 유가 고공행진, 엔화 약세 등 한국의 경제여건을 둘러싼 경고음이 사면초가 양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광공업생산 '역성장' 현실화..1분기 2%대 성장= 연합인포맥스가 1월 산업활동동향 발표를 앞두고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13개 금융기관과 경제연구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대비 3.7%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도 1월 광공업생산 전년비 증가율 마이너스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년 광공업생산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경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월대비로 역성장을 기록하는 셈이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째 연속으로 전월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상황에서 전년대비로 역성장을 기록하는 것으로, 금융불안과 수출부진 등에 따른 실물부분의 경기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광공업생산 둔화로 올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대비 GDP는 지난 2009년 3분기에 1.0%를 기록한 이후 2010년 8.5%까지 치솟은 이후 작년 3분기와 4분기에 3.5%와 3.4% 증가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KDI 성장 전망치가 3.8%인데, 수출 의존도가 떨어지는 만큼 내수가 받쳐주지 않으면 전망치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로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수지 2년 만에 첫 적자= 유럽 재정위기에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둔화되면서 대외균형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28일 경상수지가 1월에 7억7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8억1천만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이다. 경상수지는 지난 2010년 2월 5억5천만달러 적자를 보인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지난해 1월과 달리 올해는 설연휴가 1월이었던 탓에 기저효과가 무역수지가 경상수지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수출 증가율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1월 수출은 413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7% 감소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겹친 데다 그간 호황세를 누리던 중국에 대한 수출도 29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유럽연합(EU) 지역으로의 수출이 37.9% 급감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한국의 수출전선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따라 1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액도 20억달러를 넘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비상..물가.성장 전방위 압박= 한국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7일 현재 전일보다 배럴당 0.99달러 오른 122.56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2008년 8월4일 배럴당 122.51달러 이후 처음이다. 두바이유의 작년 최고가는 119.23달러(4월 28일)였고 역대 최고치는 140.70달러(2008년 7월4일)였다.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시장국에 이어 국제상품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한국경제에는 물론 세계경제에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셈이다.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배럴당 150달러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도 두바이유가 13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 고유가는 성장률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동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유가 상승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감소했으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000년대 들어 오히려 커졌다"며 "유가가 1%p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1년 누적으로 0.09%p 끌어올린다"고 평가했다.

▲엔화 약세 반전..수출 반사이익 둔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초강세를 보였던 일본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최근 엔화 약세를 기조적인 현상으로 판단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데다, 일본 엔화가 초강세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만큼 최근 엔화의 약세가 당장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연초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우리나라 수출 악화를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수출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과거 엔고현상으로 기업들이 누렸던 반사이익이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 등 한국의 대형 수출업체는 일본 대지진과 엔고현상을 계기로 과거 글로벌시장에서 소니와 도요타가 누렸던 호황을 고스란히 독식했다. 엔화 약세가 한국기업의 지위를 조금씩 잠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뜻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가 약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도 최근 엔화가치가 하락해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 주가는 달러=엔 환율이 80엔대에 진입한 이후에만 9% 가까이 하락했다.

eco@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eco28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