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유통업체에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로 판단할 수 있는 사례를 사전 입수하고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들과 맺은 동반성장 협약 이행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작년 11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 판매수수료를 낮추도록 하고, 최근에는 백화점ㆍ대형카트ㆍ홈쇼핑 납품업체 4천700개를 대상으로 핫라인을 구축해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제보받기 시작했다.

대규모 유통업자의 불공정거래로 납품업자가 받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대규모 유통업거래 분쟁조정' 서비스도 시작했고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상한도 관련 매출액의 2% 수준에서 납품대금 또는 연간임대료의 범위 내로 높였다.

또, 대형유통업체들은 유통법과 상생법 등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 시행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져 기존 점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확장하자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에서 이를 '골목상권' 침해로 보고 규제에 나섰다.

◇ 백화점, 수수료 인하 만회할 길 없다 = 공정위가 11개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인하 이행실태와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집중 점검에 나선 것은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3,4월 새로운 시즌을 맞아 납품업체에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로써 백화점은 판매수수료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을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만회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는 작년 11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빅3' 백화점과 거래하는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율을 3∼7%p씩 인하해 작년 10월분부터 소급적용되도록 했다. 중소거래업체 중 50% 정도가 해당된다.

유통업계에서는 판매수수료 인하로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1~2%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IFRS 연결기준으로 작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롯데쇼핑은 160억에서 330억가량, 신세계는 27억에서 54억가량, 현대백화점은 45억에서 90억가량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공정위는 핫라인을 가동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에 납품하는 4천700여개 업체로부터 부당반품, 판촉비용 전가, 부당행위 강요, 구두 발주, 판촉사원 파견 강요, 판매수수료 인상 및 전가 등 사례를 직접 수집하는데 나섰다.

핫라인 제보를 통해 대형유통업체가 자사의 상품권을 사도록 강요하는 부당행위는 물론, 백화점 주요 지점에 입점하기 위해서 납품업체가 손실을 감수하고 경쟁력이 없는 지점까지 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불공정 행위로 간주하고 규제할 방침이다.

수수료 인하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은 기존에 납품업체가 담당하던 각종 판관비까지 떠안게 돼 수익성 악화를 피할 길이 없게 됐다.

크레디트 시장의 한 관계자는 "판매수수료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뿐 아니라, 반품과 매장 운영비를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얼마만큼 부담하고, 대금지급기간 단축 등을 이행하느냐에 따라 규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통업의 비즈니스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 사실상 업계에서도 손실액 예상치를 제대로 추정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골목상권' 잠식 제동..유통업체 반발 = 공정위는 유통업체의 베이커리 사업도 조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마트의 '데이앤데이'와 롯데브랑제리의 '보나스뻬', 신세계백화점 '조선호텔베이커리'를 대상으로 계열사의 베이커리 점포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비계열사보다 특혜를 주었거나 내부 물량을 몰아줬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또, 대기업의 기업형수퍼마켓(SSM)에도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지난달 롯데쇼핑의 CS유통 인수에 대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지역의 점포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SSM의 M&A에 대한 최초의 시정조치 사례다.

지역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살리자는 취지지만 공정위가 동네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유통 대기업확장 불허'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해석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업체들은 정부의 규제로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편리하게 살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골목상권을 지키려고 소비자를 외면한다고 꼬집어 왔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아예 공개적으로 "현재 한국 경제는 '수박 경제' 처럼 겉은 시장경제를 유지하지만 안을 잘라 보면 빨갛다"며 "진정한 골목상권과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 대·중·소 상인보호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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