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다음 달부터 시행되면서 현대차그룹이 이를 피하기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고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낮추거나 매출 다각화와 중소기업에 일감을 개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일명 '글로비스법'으로 불리는 만큼 현대글로비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 계열사는 총 10개다. 공정위 개정안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 200억원 및 연간 매출액 12% 이상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노션과 서림개발, 현대머티리얼, 종로학평, 현대위스코, 삼우, 현대엠코, 현대오토에버, 해비치호텔앤리조트, 현대글로비스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가 오는 4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완료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엠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5.06%)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0.00%)이 총 35.06%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합병으로 지분율이 16.4%까지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엠코의 2012년 기준 내부거래 매출비중은 61.19%를 차지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내부거래 비중이 4%에 불과해 합병 후 37.6%로 떨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엠코는 외부매출 비중 확대를 위한 컨설팅도 받는 중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현대엠코가 합병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면 현대글로비스는 해외시장 개척과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작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을 사람들은 '글로비스법'이라고 부른다"며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질책한 바 있다.

실제 공정위가 작년 8월 발표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 분석결과'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내부거래비중은 35.04%로, 내부거래금액은 3조2천억에 달했다.

일감 몰아주기 대표 사례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 작년 10월에 '2020년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매출 다각화와 비계열 물류 매출 증가 등을 통해 내부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는 2012년 기준 자동차선 50척과 벌크선 20척으로 현대ㆍ기아차 자동차 운송에 편중된 매출구조를 가졌다. 그러나 작년 말 벌크선을 50여척으로 올렸고 2020년에는 자동차선 100척과 벌크선 400척으로 늘려 제3자 물류업체로 성장할 방침이다.

또한, 범현대가인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오일뱅크에 오는 7월부터 10년간 원유 수송을 담당하게 됐다. 약 1조1천억원 매출 규모로 장기운송 기반을 닦은 것이다. 사업 다각화와 함께 현대글로비스는 20억원을 들여 중소 물류업체 지원기관인 물류산업진흥재단(KLIP)을 최근 출범했고 작년 국내 물류금액의 45%에 달하는 4천800억원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했다.

이외에도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던 광고계열사 이노션의 경우 지분 10%를 사모펀드(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사들였다.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0%씩, 정몽구 회장이 20%를 보유한 기업이었지만 정 회장이 재단에 20%를 출연하고 재단에서 절반을 매각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아졌다.

정의선 부회장과 정몽구재단의 이노션 지분 추가매각도 고려되고 있어 총수일가 지분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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