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포스코의 새 수장에 오르게 된 권오준 회장 내정자는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후 26년간 줄곧 포항과 광양에서 머물렀다. 서울 생활을 한 지는 2012년부터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만큼 권 내정자는 현장에서 '기술연구' 한길만 걸어왔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러한 '기술장인'이 새로운 수장이 된 만큼, 최근의 침체기를 기술을 앞세워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권 내정자의 부족한 '서울 경험'을 걱정하기도 한다. 회사 경영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던 만큼, 거대조직을 잘 통합해 나갈지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는 것이다.

◇ 조용하고 성실…'학자 스타일' 권 내정자 =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정권과 가까운 인물들이 낙점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끊임없이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 권 내정자 선임 과정에서는 이런 논란이 별다르게 재현되지 않았다.

권 내정자는 선임절차가 막바지에 달할 때까지도 별다른 하마평이 없었을 만큼, 정권이나 정치권의 '입김'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이번에는 정권이나 특정 라인과 크게 연결되지 않은 '깜짝 인사'가 회장에 내정되면서 내부에서도 놀랐다"고 전했다.

권 내정자가 지금껏 살아온 길이나 성격 자체도 특정 계파와 연결될 여지가 적었다.

지난 1950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미국 피츠버그 대학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6년 포스코 산하 기술연구기관인 리스트(RIST)에 입사했다. 이후 포스코에서 기술연구소 부소장과 기술연구소장, RIST원장, 기술부문장 등을 거쳤다.

그가 지방에서 기술개발 분야에서 커온 탓에 포스코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중우회(포스코 OB모임)나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조용하고 학구적인 스타일 역시 권 내정자가 특별한 정치색을 띠지 않는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그는 사내에서 지독한 '일벌레'로 유명하다. 2년 전 전립선 수술을 받고도 이틀 만에 출장길에 오르는가 하면, 최근까지도 새벽에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일찍 출근하는 생활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또 말수가 적고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5년여 전에 부친상을 당했을 때는, 전무급(기술연구소장) 직책에 있으면서도 부음(訃音)란에 본인 직업을 '회사원'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과 성격 덕분에 권 내정자는 포스코에서 '기술장인'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권 내정자는 포스코의 대표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강판·전기강판 등 신소재 개발에도 관여했고,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 등도 개발했다.

이 덕분에 그는 장영실상(1996년)과 대한금속학회상(1996년), 기술경영인상(2013년)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내정자도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포스코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누가 회장이 돼도 기술로 돈을 버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30년간 포스코를 먹여 살릴 최고 기술을 찾겠다"고 말한 것이다.

◇ '한우물'만 판 기술통, '회사대표'에 어울릴까 = 다만, 권 내정자가 포스코 내에서 소위 말해 '주류'는 아니었다는 점과 경영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적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포스코 회장들은 대부분 제철소장 출신이 많았다.

즉, 포항제철소나 광양제철소를 맡아 직접 현장을 컨트롤 해보고 본사 경영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사들이 소위 회사 내부에서도 목소리도 높았다.

그에 비해 권 내정자는 기술개발 부문에서만 쭉 커왔고, 현재 4명인 포스코 대표이사진은 물론 사내이사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포스코의 전반적인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권 내정자가 차기 회장에 올라 재계 6위인 거대한 포스코그룹을 통합해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아직 공기업 문화가 남아 있어 회사 내부에 여러 라인 간의 알력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며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꼽히는 권 내정자가 이런 라인을 통합해 경영해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권 내정자 역시 주변의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17일 회장 내정자로 처음 출근하는 자리에서 "포스코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런 발언은 포스코 전반에 대한 개혁을 예고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스코의 다른 직원은 "새로운 회장이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회사를 경영할 것으로 예상돼 직원들이 기대하면서도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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