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국내 신용평가 업계에서 26년간 몸담았던 인물이 벤쳐캐피탈(VC)과 사모투자(PEF) 영역에 뛰어들었다.

그는 20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모델인 VC에 집중하지 않고 PEF와 경영컨설팅을 묶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VC는 일반적으로 가능성 있는 기업에 소수 지분을 투자하는 반면, PEF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의 주식에 자금을 대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한다.

주인공은 이번에 새롭게 우리인베스트먼트의 수장으로 선임된 김현수 대표이사다.

우리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인 보스톤창업투자는 영화 '괴물'과 '해운대', '국가대표' 등에서 볼 수 있듯 영화 투자에 강점을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문화콘텐츠 투자에 '잔뼈'가 굵은 곳이다.

김 대표는 우리인베스트먼트의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PEF와 경영컨설팅이라는 합성모델을 제시한다는 것.

그는 "PEF로서 우리는 얼마나 투자 대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VC와 다른 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 트랙 전략 속에서 자신의 전공이기도 한 경영컨설팅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김 대표는 "희박할 수 있지만, VC를 통해 발굴한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연결할 수 있는 PEF 형태의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건 시장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발명특허 등을 반드시 상업화시켜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특히, 엑시트(자금회수)에만 치중하지 않고, 투자했던 회사에 경영컨설팅을 꾸준히 제공해 '동반자'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내 신평업계에서 '야인(野人)'과 같은 인물이다.

지난 1988년 한국신용평가에 입사한 그는 신평사 본연의 임무인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신용등급평정보다는 벤쳐평가, 프로젝트파이낸싱 평가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관련 시장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에서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는 벤처 방법론을 제대로 만들어서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벤처가치평가협회와 기술거래소, 카이스트 등 여러 단체에 참여해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맥밀란 교수와 관련 주제로 세미나도 했다.

김 대표 자신도 "인수ㆍ합병과 구조조정 등에도 많이 참여해 이쪽에서 인연을 쌓은 분들이 더 많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과 의견 교류를 통해 우리인베스트먼트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VC가 PEF를 설립할 때 최근 대세로 자리 잡은 '공동 GP' 방식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그는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주저 없이 김 대표는 '진실'을 꼽았다.

그는 "사람은 쉽고 빠르게 성공하기 위해서 잔수를 부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면서도 "그렇게 되면 결코 오래 못 간다. 우리 회사는 진실과 성실을 강조해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실패해본 사람'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두 번 이상 실패해본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며 "그만큼 실패를 경험해본 만큼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가치를 평가하기보다는 직접 가치를 발굴하고 깎아 보석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합성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국내 투자업계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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