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가 안보에 큰 구멍이 났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국가 안보라고 정의할 때, 이번 사상 최악의 금융 및 신상 정보 유출 사고는 국방과 치안이 무너진 일보다 더 심각한 재산상의 국가적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연평도 포격이 외부 적에 의한 생명 위협이라면, 이번 사안은 내부의 도둑이 국민 '재산'의 핵심인 금융 및 신상 정보를 '깡그리' 훔쳐간 일이다.

심각한 것은 국민의 재산을 잃는 일에만 단순히 그치지 않고, 공자(孔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게 허사(無信不立)'라는 경고가 귓전을 때리게 하는 중대한 국가적 불신 사안으로 번지는 점이다.

이번 일은 단순히 게임회사나 커뮤니티 사이트의 해킹 정보 유출과는 차원이 다른, 경제활동을 하는 전 국민의 정보가 유출된 일대 사건이다. 외국에서도 개인 신용정보 유출 사건이 해킹에 의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이번처럼 개인이 금융회사를 통해 개인신용정보를 통째로 도둑질해 간 사례는 없다.

당연히 국민의 금융 신상 정보를 관리하는 해당 금융사 대표는 물론이고, 이들에게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 수장들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카드회사들이 금융당국의 등에 떠밀려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완전히 의문이다. 우선 카드번호를 바꾸더라도 20여개 정보 내용 즉, 이름, 휴대전화번호, 직장 및 집 전화번호 주소, 주민번호, 결제일과 계좌, 주거상황, 자가용보유 여부, 결혼 여부, 신용등급, 한도금액, 이용실적, 연체정보, 카드만료일, 다른 회사카드발급 현황 등은 변동 없이 남아있게 된다.

당국이 도둑맞은 신용 정보를 회수했다는 발표도 마찬가지다. 눈밝은 국민들은 3단계까지 빠져나간 상태에서 원본을 회수해도 '카피 본'은 이미 4차, 5차 이상으로 이미 외부에 전파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이 검찰의 수사로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일'로 공개된 빙산의 한 조각이라는 점에서, 밝혀지지 않은 유출 사례들이 얼마나 많을지에 국민들은 무한 불신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장이 워낙 크고 깊어, 대책이 없고 해결 방법도 없다."고 '톡 까놓고' 토로하고 있다.

국민의 불신이 해당 금융기관에만 머물지 않고, 금융당국과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특히 금융당국자들은 이번 사안을 검찰에서만 수사하는 단순 범죄로 보고 늦장 대응해 문제를 더 키웠다. 초장부터 진상을 '신속, 정확, 치밀하게' 파악해 검찰 수사 발표와 동시에 종합대책을 내놨어야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감을 잡지 못하는 무개념으로 뒷북을 쳤다.

통수권자는 따라서 동양 사태에 이어 이번 대형 사고까지 안일하게 감독한 이들에게 국가 안보 차원에서 책임을 묻고 금융권 대혼란을 수습해야 할 것이다. 병법에서 '전투'에서 패배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와 '감시' 임무에 실패한 지휘관은 문책해야 한다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국민은 금융회사가 도둑들에게 신용과 금융 정보를 털린 데 크게 화가 나 있고,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이들이 금융회사를 게을리 감시한 데 대한 분노가 노도처럼 일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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