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롯데그룹이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롯데그룹은 27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와 합작사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세우고,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작사 논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2년 스위스를 방문해 네슬레 최고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시작됐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국내 최대의 유통기업이고 '펩시코'나 '델몬트'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제휴 관계를 맺거나 벨기에 초콜릿 회사인 '길리안'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해온 점을 강조하며 네슬레 측에 사업 제휴를 제안했다. 네슬레 측도 이 자리에서 바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부터 롯데그룹은 네슬레와 사업 제휴 방안을 여러모로 모색했다.

네슬레가 보유한 사업부와 롯데가 보유한 사업군 중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커피믹스라고 롯데그룹 측은 판단했다.

롯데칠성은 '칸타타'를 내세워 대대적인 공세를 벌였지만, 동서식품의 '맥심'과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에 밀려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이 1%대에 그친 수준이었다. 글로벌 1위 브랜드인 네슬레도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이 고작 3%대 수준에 불과해 재도약의 기회가 절실했다.

롯데그룹과 네슬레는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커피믹스 사업 관련 합작사(조인트벤처) 설립에 착수했다. 네슬레 브랜드에 롯데의 거대 유통망을 결합해 1조2천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커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롯데와 네슬레는 한국네슬레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극비리에 이번 합작사를 추진했다.

풀무원홀딩스가 2009년 한국네슬레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 한국네슬레 노조는 강력히 반발해 거래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네슬레 노조는 2003년 사측이 협상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불법 신규채용 등 노동부의 시정지시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스위스 네슬레 본사를 방문해 투쟁하기도 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네슬레와 합작사를 세우면서 앞으로 2년간 기존 네슬레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조항을 내걸었다. 한국네슬레 노조 측도 그간 어려워진 회사의 상황을 반영해 별도의 M&A 위로금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롯데네슬레코리아는 네스카페 커피믹스와 초콜릿 맥아분말음료, 과일분말 음료, 커피크리머, 펫케어 제품, 네슬레 프로페셔널 제품 등의 제조와 유통, 마케팅 및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한국네슬레는 '킷캣'과 '네스퀵 초코웨하스', '크런치' 등 제과 제품군과 브랜드는 따로 떼어내 신설법인을 만들고, 롯데네슬레코리아와는 별도로 운영할 방침이다. 한국네슬레는 작년 10월 이들 제과류 제품에 대해 농심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는 "이번 합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품질의 커피를 제공할 것"이라며 "현재 청주 공장에서 생산된 커피믹스 제품들이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는 만큼 롯데푸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래엠 토프트 한국네슬레 CEO는 "네스카페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과 롯데의 유통ㆍ마케팅 노하우의 결합은 고객과 직원들에게 성장과 가치를 제공하는 튼튼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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