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대신증권의 수익성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며 향후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해외 사업 개척,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고객 친화적 변신, 온라인 매매 전략 강화 등을 내세우며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대신증권은 오너 경영에 따른 전문성 약화와 추진력 부진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토막 난 수익..사업혁신도 없어 =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2011년 회계연도 3분기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당기순이익 103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58.3% 급감했다. 매출액 역시 7천611억원으로 43.4% 줄었다.

대신증권 공시 담당자는 "연결기준 회계기준을 시행하면서 자회사 실적이 모두 포함됐고 자회사 실적이 좋지 못해 실적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증권사들은 본격적으로 K-IFRS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신증권은 증권사 자체실적뿐 아니라 자회사 실적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큰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회계연도 연간실적도 좋지 못하다. 한때 업계 수위를 다투던 실적이 2007년 사상 2번째로 많은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업계 9위 정도에 머물렀고 2009년 회계연도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10년에도 10위권 밖을 맴돌았고 2011년 3분기까지 누적실적에서 다시 10위권 안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07년 1천778억원에서 2010년 844억원을 기록하며 절반 이상 급감했다.

A 증권사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분기당 250억원 정도의 이익을 실현해왔지만 전체적인 증권업종이 좋지 못한 영향도 받아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거래 비중이 확대되면서 온라인 거래에 맞는 혁신을 이뤄야하는데 대신증권은 온라인 역량 강화애 대한 혁신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B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대신증권은 두드러진 영업전략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어느 하나 특화된 영역이 없는 상황에서 키움증권 등 온라인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증권사와 비교할 때도 뒤쳐진다"고 설명했다.

▲오너 경영 한계 드러내나 = 대신증권은 증권사로서는 보기 드문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창업주인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사위 노정남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노정남 대표이사가 경영일선에서 대신증권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2010년 5월 고 양재봉 회장의 손자이자 현 대신증권 회장 이어룡씨의 장남인 양홍석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현재 대신증권의 대표이사는 2명이다.

양홍석 부사장은 2007년 5월 대신증권 상무로 입성한 뒤 5개월 만인 같은해 10월 전무로 승진했고, 이듬해 3월 부사장에 올라 평균 승진기간이 5개월로 가장 빨랐다. 차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가장 유력하다.

대신증권 경영체계는 고 양재봉 회장의 사위와 손자가 대표이사를 함께 맡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양홍석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특징은 오너가 전체 지주회사를 관할하면서도 경영일선에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비교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너일가를 배제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부터 유상호 사장을 경영일선에 내세워 '빅5' 증권사로 위치를 확고히 했다. 2011년 회계연도에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1천81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오너를 통한 경영이 빠르게 변화하는 증권업계에서는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오너 경영을 택하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한 때 업계 수위를 다투던 대신증권은 HTS 체계 하나를 바꾸는데도 의사결정이 오래 걸린다"면서 "기존 틀에 박혀 업계 변화를 읽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말했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관여하며 잡음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고 이로 인해 현재 급변하는 증권업계와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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