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어디에나 빈부의 격차는 있다. 펀드매니저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공석이 된 주식운용본부장(CIO) 자리에 이력서 20장은 우습게 모이는 불황의 시기에도, 누군가의 몸값은 앉은 자리에서 두세 배가 뛰기도 한다.

최근 A 자산운용사의 B 매니저는 여러 운용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그가 10억원대 연봉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B가 러브콜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A 자산운용사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가 운용하는 자산만 1조 안팎이 되다 보니, 회사에서 상징적인 인물을 그냥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현재 A 자산운용사는 B 매니저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검토 중이다. 그간 초고속 승진 타이틀을 달아온 B 매니저가 또 한 번 승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C 자산운용사의 D 매니저도 러브콜을 받고 대형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겼다.

롱숏펀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그가 이번 러브콜에서 제안받은 연봉은 3억5천만원. 독립계 운용사에 몸담던 그의 몸값이 두 배 정도 뛴 셈이다. 무엇보다 연봉 책정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해당 운용사가 경력 매니저 영입에 4억원 가까운 금액을 제시했다는 데 업계는 놀라고 있다.

E 매니저도 F 자산운용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중·소형주 운용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E 매니저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는 F 자산운용사의 CEO였다.

최근 수탁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며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한 이 운용사엔 스타매니저가 없다. 그에게 E 매니저의 상징성과 입지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무엇이었다. 하지만, 정성이 부족했을까. E 매니저는 러브콜을 정중히 거절했고, 그의 올라간 몸값만 확인했다.

G 증권사의 H 애널리스트도 자산운용사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교육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그에게 이번 러브콜은 리서치와 주식운용을 겸하는 펀드매니저로변신할 기회였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구조조정으로 숱한 애널리스트가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가운데 셀(sell)과 바이(buy) 섹터를 오가는 여러 러브콜에 그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증권가는 냉정하고 불공평하다. 그 차가움과 치우침의 정도는 불황일 때 더하다. 그래서 스타 펀드매니저란 이름 값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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