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작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에는 ‘금융위기에서 얻어야 할 여섯 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통하여 뒤돌아볼 때 ①월 스트리트의 낙관적 전망을 무시해야 하며, ②부채는 무섭고, ③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리스크 회피적이고, ④간단한 것이 아름다우며, ⑤현금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⑥전문가라는 사람이 우리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 라고 주장한다.

듣고 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이어서 가슴이 와 닿는다. 특히 ①월 스트리트의 낙관적인 전망을 무시하라는 교훈은 참으로 귀담아둘 만하다. 비단 미국 월 스트리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똑같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증권사들의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그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비관적이니 냉큼 팔아라!”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가?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으면 “상승세이므로 사라”, 주가가 좀 밀리면 “조정기회를 노려 매수하라”, 주가가 더 하락하면 “저점매수의 좋은 기회다!”, 그럼에도 주가가 또다시 내리면 “가격보다는 가치를 보라” 운운하는 것이 증권사 보고서이다. 물론 그게 보고서를 쓰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만의 탓은 아닐 터. 시장의 분위기가 도무지 비관적인 전망을 쓰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증권사 시황전망에다 비관적인 내용을 담았다가는 투자자들의 비난이 빗발칠 것은 뻔한 일.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애널리스트도 참 답답할 게다.

증권사 시황전망 보고서를 읽다 보면 나는 종종 ‘홍길동전’을 보는 느낌이 든다. 서자 출신인지라 홍길동은 호부호형(呼父呼兄), 즉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였다. 결국, 그것이 홍길동으로 하여금 가출하여 활빈당을 만들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양반댁을 나와 버렸을까. 우리나라 증권사에도 참으로 많은 ‘홍길동’들이 있다만...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요즘의 나는 입만 열었다 하면 (증권사 시황보고서와는 달리) 내내 비관론, 음울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비관론만 주장하다가 자칫 우울증(?)에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애써 좀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에 차트를 아래, 위 뒤집어서 살펴보았지만 똑같았다. 생각이 어디 하루아침에 바뀔까.

아무리 하락세라고 할지라도 주가가 내내 추락하지만은 않는다. 좀 밀리다가 하루, 이틀 정도는 반등하기 마련. 그게 지난주의 반등이었다. 추세가 바뀌려면 여러 조짐이 선행한다. 예컨대 일목균형표에서는 전환선이 상승한다거나, 널리 알려진 쉬운 지표로는 이동평균선에서 골든크로스가 발생하는 일이 나타나야 한다. 혹은 더 단순하게는 거래량이라도 늘어나야 무언가 하락세에서의 드라마틱한 추세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까뒤집고’ 살펴도 추세전환의 조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특히 거래량의 부진이 나는 제일 불만이다. 전에도 종종 언급하였지만, 거래량은 시장의 에너지이다. 시장에 새로운 매수세가 유입되어야 거래량이 늘고, 거래량이 늘어야 주가의 상승세가 힘을 얻는다. 에너지 없는 상승은 공허하다. 순식간에 추락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새로운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는데 주가가 오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참고로... 우리가 설날 연휴로 쉬는 사이, 미국의 다우지수 혹은 S&P500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주가는 그간 승승장구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하였는데, 그게 우리가 쉬는 사이에 바뀌고 말았다. 내가 늘 주장하는 일목균형표, 그 일목균형표를 통해 보면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균형이 무너졌다. 다우지수는 이미 주가가 구름 아래로 내려섰으니 본격 하락세가 시작되었고, S&P500지수는 구름 안으로 들어섰으니 조만간 구름 아래로 내려설 참이다. 나스닥지수만 아직 구름 위쪽이나 이것 역시 상승추세는 위태롭다.

미국의 주가가 올라보았자 우리 증시에는 큰 기별이 없는데, 그게 거꾸로 하락세로 처박힌다면 우리 시장이 좋은 영향을 받을 리는 없겠다. 코스피지수의 단기적, 2~3일간의 반등은 끝났고, 하락세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여전히 비관론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설 연휴를 앞두고 달러-원이 꽤 많이 출렁거렸다. 환율은 순식간에 10원씩 밀리기도 하여 이거 지금이 과연 상승세인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일목균형표로 본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가격이 구름대를 상향돌파하였을 때 별다른 조정 없이 훨훨 날아가는 경우도 물론 있으나 대부분은 구름대 근처로 회귀하는 습성을 드러낸다. 이것을 상승세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에 나타나는 ‘눌림목’으로 간주할 수 있고, 혹은 구름대의 지지력을 테스트하는시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건 상관없다. 구름과 멀어졌던 가격이 구름 근처로 되돌아가며 이격을 좁히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그게 지난주 달러-원 환율에서 나타났던 게다. 환율이 꽤 많이 내렸지만 그것을 두고 이상한 일이라거나 혹은 재차 하락추세로의 전환으로 생각하는 것은 성급하다.

일목균형표를 잘 살피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에 내리 추락하는 것 같았지만 나름 기준선과 전환선의 지지를 받았다. 전환선은 1,073원, 그리고 기준선은 1,068원에 버티고 있으니 달러-원 환율은 결과적으로 기준선과 전환선의 사이에 낀 양상이 되었다.

사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여기서 좀 더 하락하여 기준선의 지지마저 무너진다면 달러-원 환율은 후행스팬과 26일전의 캔들이 만나는 1,060원대까지 내처 밀릴 공산도 있다. 아울러 1,060원은 구름의 상단 언저리인즉 이래저래 중요한 수준이다. 하지만, 가능성으로 본다면 환율이 여기서 더 밀리기보다 되레 기존의 상승세 리듬을 되찾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주 후반에 만들어진 캔들의 아래쪽 수염은 저점 매수세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며, 20일이동평균선도 우상향인즉 추세는 여전히 상승세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볼린저밴드 상단을 돌파하였던 환율이 이제 밴드 안으로 들어왔기에 다시금 상승세가 재개되고, 기존 고점을 넘어설 확률만 높아지고 말았다.

나는 달러-원의 ‘바이 온 딥’ 전략을 고수한다. 설령 ‘딥’이 아니어도 괜찮다. ‘롱’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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