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보안과 감독'이라는 금융시장 시스템에 대한 화두에 온 신경이 쏠려있는 요즘, 다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라는 파고가 들이닥쳐 `엎친데 덮친격' 양상이다.

일의 경중(輕重) 완급(緩急)을 따진다면 카드사의 신용정보유출과 관리감독에 대한 비난 공방을 챙기는 일의 비중을 다소 낮추더라도 당국과 시장은 이제 시장 불안을 대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급격한 원화 강세를 우려하던 기조는 최근 한달 사이에 오히려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을 염려하게 됐고, 연초 이후 계속된 외국인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로 단단한 지지선인 코스피 1,900선이 무너졌다.

`한국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여타 이머징마켓과는 다르다고 강변하던 증권사들도 하나둘씩 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눈치다.

아직은 위험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5포인트대로 작년 9월말 이후 최고로 꿈틀거려 글로벌 금융불안이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님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테이퍼링)의 진도는 예상 수준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에서 나타난 시장 불안이 일부 동유럽 국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공산이 높은 상황이다.

이른바 `프레즐(Fragile) 8' 국가들인 남아공,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 '취약 5개국(Fragile 5)'에 헝가리,브라질,폴란드까지 8개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요주의 국가'가 돼 가는 양상이고, 그 영향은 점점 확산돼 가는 양상이다.

카드사 정보유출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 방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고, 책임자급의 실질적인 처벌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금융계 공공기관들의 방만경영도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어 나가는 것은 정부의 `모럴헤저드'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이퍼링'의 시작이라는 글로벌 금융의 흐름이 바뀌는 시점에서 금융당국이나 금융권 수뇌부에게 더 중요해진 것은 금융시장의 위기를 사전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적극적인 거시지표의 관리와 위기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다.

경제금융계 각 수장이 나서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인력이 부족하면 검사 인력을 줄여서라도 시장 분석과 대응에 전진 배치해야 한다.

한국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큰 영향을 받았다.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려봤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국의 충격은 유독 심했었다. 지금의 불안 조짐이 그때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할 것이 아니라 `닭잡는 데 소잡는 칼을 쓰듯' 항상 큰 칼을 준비하지 않으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또다시 `이머징마켓'이 겪는 소용돌이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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