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유화증권 직원이 자신들의 내부 사정을 가감없이 폭로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후덜덜 시리즈'로 불리는 이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진위를 떠나 드라마나 시트콤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적나라하게 나열돼 있다.

6일 현재 33개의 시리즈가 올라와 있는데 게시글은 `전체 증권사가 어떠하더라'로 시작해 `유화증권은 이러하다'고 끝을 맺는다.

게시글을 올리는 유화증권 소속 P씨는 전체 증권사들이 겪는 애로 사항을 지적하고 난 후 유화증권은 이보다 더하다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여의도의 증권사와 운용사 직원들은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대부분 비행기나 KTX를 이용하고 철저히 비용처리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유화증권에 다니는 P씨는 10년 동안 비행기 티켓팅을 단 한번도 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비싸니까 KTX 일반석을 이용하라는 것이 회사의 지침이고 이 때문에 지방 고객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직원들은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돈보다 시간이 우선인 세상에 부산공장 탐방을 KTX 일반석으로 갔다오는 매니저다.

P씨는 또 법정 최저임금으로 대학생 인턴을 정규직처럼 돌려쓰며 비용을 절감하는 유화증권의 현실을 꼬집고, 2년 전 과로사로 사망한 직원의 가족들이 회사로부터 위로금 한 푼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P씨의 말을 빌리자면 내부회의가 있어 월별 성과보고를 할 때에는 절대 잘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북한식으로 무조건 자아비판을 하고 짧게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를 주재하던 회장이 바로 나가 버린다. 회식이 거의 없지만 하게되는 경우에도 눈치를 봐야 한다. 비용절감에 아랑곳하지 않고 안주를 열심히 시킨 직원은 바로 지방으로 발령나곤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회사의 비용절감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때문에 회사에는 팀장급 이상이 버텨내지 못하고 모두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고 그는 기술했다.

못 견디고 떠나는 인력이 많아 유화증권 내 실무진에는 대리급들만 넘쳐나고 이들 마저도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할 경우에는 바로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재계약이 불발된다.

P씨는 폭로성 글을 올리다가 회사에서 해고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잘리는 건 별거 아니고 지금까지 올린 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둠이 물러나지 않으면 새벽이 오지 않는데 모두가 침묵하는 게 더 슬프다"고 전했다.

P씨는 "시리즈를 처음 기획한 게 50개였는데 속도가 좀 빨라졌다"며 "외압이 오면 100개를 채울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산업증권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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