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개봉중인 월트디즈니사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어린 아이 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어필하는 데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됐다.

한시간여 영화 관람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주제곡 `Let it go(렛잇고)'가 나올 즈음 `왜 이 만화영화를 어른들도 볼까'라는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면서도 전형적이지만, 어른들 각자가 삶과 문제해결을 위해 잊고 있던 `뜨끔한' 충고를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안나'가 마법에 걸려 눈의 여왕이 된 언니 `엘사'를 구하기 위해 눈보라를 헤치고 얼음 성에 올라 결국 언니의 마법도 풀고 나라도 구한다. `남친'의 도움 따윈 필요없이. 주제곡 가사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Let it go)' 진실된 마음으로 역경과 시련들을 이겨내자는 담백한 주제가 담겨 있다. 각자가 처한 어려움에 대한 해법은 지극히 단순한 원리에 있다는 원론을 상기하게 해준다.

현재 금융계도 `겨울 왕국'처럼 마법에 걸려있는 듯 하다. 미국의 통화정책의 변화는 마치 눈보라와 같은 세기로 한국이라는 작은 성 위에 드리우고 있는데, 금융사들의 보안문제와 대출사기 등 엉뚱한 `얼음과 눈의 마법'이 금융계 전체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금융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고, 산업이 꽃피고 국민의 생활이 나아질텐데 그 연결고리가 끊어진 느낌이 든 것은 한참됐다.

전세 사는 것도 짜증나는데 월세로 바꿔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에 소득대비 임대비용은 훌쩍 올라가고, 빚많은 서민들은 돈 구경을 하기가 점점 힘들게 되고 있다.

전체 소득 중 임대 지출 비중이 소득의 30%를 넘는 가구수가 서울에만 26만6천가구에 달한다는 정부의 통계는 임대료 주거비 내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을 지경인 `렌트푸어'가 양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나마 어찌어찌 마련한 집 값도 떨어지고, 그나마 주식에 묻어둔 돈은 눈녹듯 슬슬 줄어들기만 한다.

늘어나는 비용을 충당하기엔 임금은 부족하고, 고용환경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자금난에 봉착한 한계 기업들은 금융기관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인수합병을 통해 재활을 도모해야 할 기업들도 인수기관의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도 될까말까한데 금융당국은 보안점검과 금융사고 뒷수습에 정신이 없다.

주요 금융기관들의 대표들은 취임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암초를 만나 교체되고, 새 수장들은 발전적인 금융산업의 전략에 대해 고민할 틈도 없어 보인다. 다들 눈보라속을 끝없이 헤매는 식이다.

`겨울 왕국'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풀기 어려운 난해한 어려움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이겨나가자는 가장 기초적인 태도를 발견하는 데에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기업 모두가 이럴 땐 `Let it go'의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접근이 절실한 때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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