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원제:Frozen)은 창조경제의 집합체다. 디즈니의 무한상상력이 관객을 흡입하는 스토리(Story)를 만들어냈고, 뮤지컬(Song)적 요소와 스마트(Smart) 세대의 감성이 총체적으로 융합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우리 경제가 공부해야 할 대목이다.

1994년 라이언킹 흥행 이후 20년간 몰락의 길을 걷던 디즈니는 과연 어떻게 부활했을까. 키워드는 융합이다. 원작 동화 '눈의 여왕'(안데르센 作)과 뮤지컬을, 업계의 두 거장 픽사와 디즈니가 융합했다. 픽사는 故 스티브 잡스가 운영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창의적인 기업문화와 독창적인 스토리로 유명하다. 잡스는 애플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픽사의 문화를 입혀 혁신의 결정체 아이폰을 개발했다. 그런 픽사를 디즈니는 2006년 전격 인수해 창조적 스토리의 유전자를 흡수했다. 그것도 모자라 픽사의 유명 제작자 존 라세터를 아예 디즈니에 배치해, 절치부심 연구 끝에 관객의 가슴을 적시는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디즈니의 성공은 스마트 시대를 융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겨울왕국 예고편과 주요 장면 편집본, 주제곡인 렛잇고(Let it go) 등 각종 배경음악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저작권에 유독 민감해 '저작권 깡패'로 불리는 디즈니로선 혁신적인 변신을 한 셈이다. 유튜브로 전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싸이에게 한 수 배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다. 소통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20년만의 대박상품을 만들어냈다.

관광산업과의 융합도 주목할 만하다. 디즈니와 노르웨이는 겨울왕국 개봉에 즈음해 여행마케팅을 시작했다. 겨울왕국에 나온 아렌델 왕국과 눈 덮인 산의 배경이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스코틀랜드의 영화마케팅 성공에 자극받아 적극적으로 겨울왕국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앞서 스코틀랜드는 디즈니와 함께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공동마케팅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스코틀랜드였다. 스코틀랜드는 마케팅비용 100억원을 들여 향후 5년간 400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라는 말을 만든 존 호킨스 박사는 "토지나 자본이 아니라 창조적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는 경제"라고 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창조산업은 예술, 문화, 산업, 기술이 교차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동화와 뮤지컬, 만화, 유튜브, 관광을 융합한 겨울왕국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겨울왕국을 탄생시킨 미국은 어떻게 창조경제를 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조선시대 서당에서 하던 암기식 교육이 21세기에도 벌어지고 있는 교육환경에서 창조형 인간이 나올 수 있을까. 교과서와 참고서만 달달 외우는 학생이 창의적인 스토리를 쓸 수 있을까. 미국, 더 정확히는 유대인의 창의적 교육방식이 창조경제의 밑바탕에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외우기보다 조리있게 말하고 쓰는 능력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학습하는 유대인들은 이미 영화, 문학, 뮤지컬 등 예술계에 포진해 있다. 할리우드에서 유일하게 유대인 색깔이 없었던 디즈니는 마이클 아이스너(2005년 은퇴)에 이어 로버트 아이거(현직 CEO) 등 유대인 경영자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창조경제는 어떤가. 정부가 창조경제의 틀을 만들고 주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틀 속에 머문다면 창조경제는 이미 방향성은 상실한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인 융합은 민간의 자발적인 것에 의한 창의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정부가 만든 교과서를 달달 외워 모범답안을 쓰는 '독특한 창조경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