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우리나라의 2월 무역수지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 하단을 뚫고 내려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2일2월 대규모 무역흑자로 달러화가 박스권 하단인 1,115원선을 하회에 저점을 낮춰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우선 그간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던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축소되면서 달러 매도 심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부담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시점에서 무역수지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외환정책도 수출보다는 고유가 압력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2월 무역수지 '급반전' =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월 무역수지는22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2월 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규모는 크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가 11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흑자폭이 2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고유가와 엔저 등이 겹치면서 우리 무역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가 비등했던 상황에서 2월 무역수지 흑자 폭은 예상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와 달리 1월에 설 연휴가 포함됐던 점 등 계절적인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일평균 수출도 20억달러 선을 회복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희석됐다는 평가다.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달 18억8천만달러에서 20억5천만달러로 크게 높아졌다. 지경부도 "감소세를 보이던 일평균 수출액이 증가해 수출 동력 약화 우려를 다소 완화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개입 경계도 약화..유가 여전히 복병 = 딜러들은 무역수지 호조에 힘입어 달러화가 박스권 하향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환시에서 달러 공급 우위 여건이 지속될 것이란 점을 확인 한 데다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대한 경계심도 둔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환시에서는 수출 부담으로 당국이 달러화 하락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팽배했다. 달러화가 지난 2월 초 1,114원선 부근에서 추가하락이 제한된 점도 시장 참가자들이 이런 시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유가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수출은 호조를 보인 만큼 당국의 시선이 물가에 맞춰질 것이란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유가 지속으로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데 대해 "정부가 방관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질책을 내놓은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해 달러화가 1,050원선까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수출은 꾸준한 호조를 보였다"면서 "당국이 고유가 최대 이슈로 부각된 상황에서 환율의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명분이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한국은행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달러화의 상승이 수출에는 별로 긍정적인 효과를 못 미치면서 국내 물가만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대외적으로도 유로존 우려 완화 등 위험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데다 국내 지표들도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화가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국제유가 불안은 여전히 복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가가 재차 급등세를 보인다면 당국의 스탠스와는 상관없이 달러화가 상승 압력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하락 전망을 유지하되 유가 변동에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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