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도 기존 사내이사진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등기이사 등재 여부를 놓고 관심을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도 '비등기 경영진' 신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다음 달 14일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제45기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된다. 사내이사진에 대한 해임이나 신규 선임에 대한 안건은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주총에서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한 최지성 부회장과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으로 옮긴 윤주화 사장을 사내이사에서 제외하고,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 사장을 비롯해 신종균 IM(ITㆍ모바일)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기존의 권오현 부회장을 포함한 총 4명으로 확대됐다.

이후 작년 말 정기인사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사내이사진은 현재도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경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정식 임기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현재의 사내이사진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내이사진이 작년에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개편된 만큼, 새로운 인물을 사내이사진에 추가할 가능성도 작은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새 사내이사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 부회장은 올해도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회장에 오른 지 1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이 부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는 것은 사내이사 등재를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는 세간의 시각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내이사는 회사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회사의 '대표 경영자'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등재를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퍼즐'로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이건희 회장이 아직 경영일선에 있는 상황이라, 이 부회장을 둘러싼 그러한 해석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도 이 부회장은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고도 사실상 경영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며 "따라서 굳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등재를 서둘러 경영권 승계에 대한 괜한 소문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늦어질수록 '책임경영'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LG, 신세계, CJ 등 오너가 있는 대기업 집단 대부분은 오너 일가가 최근까지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됐었거나, 현재도 그런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서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한 명뿐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사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복귀했지만 등기이사로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고, 이 부회장도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을 거치면 경영일선에 꾸준히 참여했지만 이사회 멤버는 아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로 활동하지 않는 것이, 법적 책임을 피한다는 일부의 논란의 빌미가 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등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이와 관계없이 항상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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