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때 재계에선 `청계천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됐다. 청계천 주변에 본사가 소재한 회사들, 정확하게는 이 회사들의 오너에게 닥친 일을 일컫는 말 이다.

대표적으로 청계천변 부근에 본사가 자리 잡고 있는 SK와 한화는 회장들이 각각 비 리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고, 인근한 대우조선해양은 납품비리 사건으로, 동양그룹은 회장이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해 검찰에 기소됐다. 영업사원의 막말 파문과 불공정 행위로 비난받은 아모레퍼시픽도 청계천 주변에 본사가 있는 회사다.

`청계천의 저주'라고 하는 말은 이러한 사건으로 사주들이 기소되고, 물러나고, 명예를 실추했기 때문이다.

`저주'는 이번 한화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로 대충 마무리되는 분위기지만, 오너 회장들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고, 오히려 `저주'는 없고 부당한 `봐주기'로 오너들을 감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화와 LIG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보면서 적어도 한국에서의 집행유예제도는 범죄자의 개과천선을 위해서 만든 제도라기보다는, 유예기간이 지나면 유죄판결 그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제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한동안 재벌 총수에게 유전무죄의 관행을 끊고 처벌하던 사법부가 최근 들어 거듭 `봐주기식' 판결을 내리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편하지가 않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경제민주화' 정책이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으로까지 연 결된다.

헌법 119조 1항에는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 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 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 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1항은 자유경제 원칙을 강조한 것이고, 2항은 부의 편중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에 대해 끊임없이 시혜를 베푸는 정부가 과연 2항의 `경제민주 화'라는 큰 과제를 이뤄낼 수 있을지를 곱씹어 보게 된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대기업 이 국가를 위해 더 이바지할 수 있게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면 경제발전과 경제 민주화에 총량적으로는`선(善)'이라는 시각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경제 민 주화 자체에 대한 의미와 책임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방법론 상으로 비 판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이번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 대우다.

비정상적인 대우를 받은 재벌 소유의 대기업들이 이제는 그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와 `시장독식'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개선을 솔선수범으로 보 여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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