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공사를 제외하고 국내 일반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기업어음(CP) 발행사인 현대중공업이 CP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만기 도래 CP 2천억원을 상환한 데 이어 4월 만기 중 일부도 지난달 발행한 회사채 자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2일 연합인포맥스 CP 발행정보(화면 4349, 4352)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CP 잔액은 2조6천억원으로 1월 말 2조8천억원에서 2천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10일 만기도래한 2천억원을 상환했다.

또 지난달 17일에는 3년 만에 회사채 5천억원을 발행해 이 가운데 2천억원을 오는 4월 CP 만기분 상환에 쓰기로 했다. 4월 만기분만 1조원에 달한다. 중간 발행만 없다면 CP 잔액은 내달 일단 2조4천억원으로 줄어든다.

크레디트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CP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때문이지만 현대중공업의 위상과 걸맞지 않게 단기차입금 규모가 많기 때문이다.

여전히 현대중공업은 한국가스공사(3조8천950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CP 잔액을 보유 중이다. 일시적 자금 미스매치를 CP로 충당하는 한국전력공사(2조5천900억원)나 에스에이치공사(2조2천8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2조1천억원)보다도 많다. 현대중공업이 지분 94.9%를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9천100억원)까지 포함하면 CP 잔액은 3조5천억원에 이른다.

잔액 감소의 결정적인 이벤트는 올 상반기 말에 예정된 현대오일뱅크 IPO다. 오일뱅크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 비중을 높일 경우 1조원 가량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2조6천억원이나 되는 CP를 모두 해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업황이 좋지 못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IFRS 별도 기준 지난해 25조196억원의 매출액에 2조6천128억원의 영업이익, 1조9천4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매출액은 2010년보다 11.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7%와 31.4%씩 감소했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화면 8031)에 따르면 올해도 현대중공업의 이익규모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조선업황 부진에다 저가 수주 경쟁 탓이다.

또 지난해 3분기 말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연결기준으로는 5조원에 육박하지만, 별도로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 상장으로 CP를 크게 줄일 것 으로 보이지만 전액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보류해 다소 자금의 여유가 있지만, 재무완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CP는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월에 1년만기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한 것도 이런 계산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366일과 367일, 731일 만기 CP를 발행한 바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2010년 7월 IPIC의 오일뱅크 지분 70%(1억7천155만7천695주)를 2조5천734억원에 인수하면서 2조5천억원을 CP와 ABCP로 조달했다. 이후 상환과 차환, 추가 발행을 반복해 CP 잔액은 한 때 2조9천억원까지 늘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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