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내 3개 계열사 인수 가격을 애초 제시했던 입찰가보다 낮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농협금융은 재무상태를 점검해 가격 조정 요인을 발견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저축은행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농협 내부의 회의론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최근 우리금융지주에 보낸 '가격 조정 제안서'에서 패키지 내 3개 계열사의 인수 가격을 애초 제시했던 입찰가보다 큰 폭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은 특히 저축은행의 가격 인하 요인이 크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입찰가는 500억원 수준이다.

예비실사 때 보지 못한 자료와 이후 달라진 재무상태를 중점 점검해 조정 요인을 발견했다는 게 농협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저축은행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농협 내부의 따가운 시선이 가격 협상이 난항을 빚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 전국에 약 4천580개의 지역농축협 점포를 두고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우투증권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조건이 없다면 굳이 저축은행을 사들일 필요가 없다.

이런 인식은 농협 고위 관계자의 언급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신충식 전 농협금융 회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2년 5월 저축은행 인수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저축은행 인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신 전 회장은 "농협의 경우 지역조합이 저축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와) 성격이 다르다"며 "농협금융은 저축은행을 인수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경영정상화가 요원하다는 점도 농협금융이 저축은행 인수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잔액은 2010년 말 76조8천억원에서 작년 9월 말 33조1천200억원으로 57% 급감했다. 더욱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 입장에선 우리저축은행이 '계륵'일 수밖에 없다"며 "우투증권을 품에 안기 위해 저축은행까지 떠안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니 속이 아프다는 게 현재 농협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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