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 합병에 이어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IB 업계 관계자들은 다음 현대차그룹의 합병과 상장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은 물론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등의 필요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게 21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법인의 상장이나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또,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핵심인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 구축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합병이나 그밖에 비상장사의 지분 매각, 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일단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되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법인의 상장은 시기의 문제로 꼽힌다. 현대건설을 통한 우회상장이든 직상장이든 현대차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합병법인의 지분 11.7%가량을 보유하며 2대주주에 위치하게 된다. 신주발행으로 지분율은 낮아지지만, 가치는 높아진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여부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파생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중심으로 나머지 계열사의 지분이 얽혀 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필수이고 현대모비스가 지주사 역할을 맡는 그림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 주식을 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늘리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고 합병으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높아지면 역시 31.9%가량을 보유한 정 부회장이 실탄도 넉넉해진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를 각각 지주사로 분할한 후 지주사끼리 합병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

광고회사인 이노션 지분도 관심 대상이다. 정 부회장이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각각 40%씩 보유한 이노션은 그룹 내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로 꼽힌다. 따라서 상장이든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PEF에의 매각이든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또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자금이 될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이 사회환원 차원에 정몽구 재단에 기증한 지분 20% 중 10%는 매각됐다.

그밖에 철강 가공 계열사인 삼우의 상장 가능성이다. 정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그의 자녀들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PEF에 넘기면서 지분율을 낮췄다. 추후 상장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하면 총수일가 지분율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선인 30% 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IB 관계자는 "올해 M&A를 비롯한 IB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에는 구조조정 매물도 있으나 주요 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준비하려는 수요도 크기 때문"이라며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