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뜨거운 얼음'. 양립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을 포함한 구성이다. 최근 정부의 금융정책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뜨거운 얼음 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자가당착적인 정책의 사례로 정부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겠다면서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 금융과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해서 과세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사실상 합의했다.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는 거래세 형태의 과세는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 등을 감안해 일단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비록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가 유보됐지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만으로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그동안 정부의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이미고사위기에 처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8억2100만 계약으로 집계됐다. 2011년 39억2800만 계약과 비교하면79.1%나 감소했다.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파생상품거래가 세계 11위 수준까지 곤두박질 쳤다. 코스피200옵션이라는 명품이 정부의 거래승수 인상 등 규제로 쪼그라든 탓이다. 정부는 코스피200옵션 시장이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 등으로 과열됐다며 2012년 3월 거래승수를무려 5배나 올려버렸다. 거래승수의 과도한 인상이 소뿔 고치려다가소를 잡아 버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주식워런트증권(ELW)도 2011년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사건 이후 기본 예탁금이 인상돼 소액투자자들의 진입이 봉쇄됐다. ELW는 2012년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출 제한제도가 시행되면서 기관의 참여까지 제한되면서 급기야 고사위기로 내몰렸다.

때마침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ELW 부정 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11개 증권사 대표가 검찰에 의해 정식 기소되는 궁지에 내몰렸다. 이 사안은 최근 증권사 대표 전원이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일단락됐다. 파생상품 거래를 죄악시하던 당시 시류에 편승해 정부가 너무 과도하게 나서는바람에 빚어진 비극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서비스업을 집중육성하기로 하고 전략 산업 가운데 하나로 금융산업을 지목했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금융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기로 했다. 정부가 금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면서도 규제보다 더 큰 거래 제한 요인인 과세는 오히려 강화하기로 했다. 뜨거운 얼음,둥근 삼각형과 같은 의미다.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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