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 재산을 둘러싼 형제간 법정 다툼이 2년 만에 끝나게 됐다. 소송을 처음 제기했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26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소송으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만 그동안 줄곧 말했던 화해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더는 어떤 오해도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법정 다툼은 지난 2011년 6월 국세청이 삼성 측에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차명 재산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상속인들이 지분을 포기하고 이 회장에게 증여한 것이냐"는 내용의 질의서를 삼성 측에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삼성 측은 측이 CJ 측에 "차명주식 상속을 포기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문서를 보냈다.

이를 검토한 이 전 회장 측은 지난 2012년 2월 "차명유산의 존재를 몰랐다"며 " 법정 상속분 7천억원 상당을 돌려달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후 선대회장 차녀인 이숙희 씨도 같은 이유로 1천9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고, 선대회장 차남인 고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의 차남 유가족도 1천억원대의 소송을 냈다.

이후 1심 진행 과정에서 이 전 회장 측은 소송규모를 4조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작년 1월 피고인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제척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고 청구 대상물이 상속재산이 아니거나 상속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다만, 차명재산 단독승계에 대해 선대 회장의 명확한 유지나 형제간 협의가 있었는지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이 전 회장 측은 1심 판결을 불복하고 항소해 작년 8월부터 2심이 시작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지난 2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제척기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이 지나거나 소송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포함한 경영권을 단독 승계한 것에는 선대회장의 유지와 형제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상속과정에 정당성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단, 이날 이 전 회장 측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양측의 법정 공방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다만, 양측이 2심 후에도 화해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인 만큼 아직 감정적인 앙금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 회장 측은 2심 직후 "순수한 화해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밝히자 이 전 회장 쪽이 "화해를 위한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자"고 답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이 "화해방식을 논의하자는 것은 진정성에 의문"이라고 반발하면서 양측의 화해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졌었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