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고객을 잃은 은행은 의미가 없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최근 1박2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경남과 경북 지역 영업본부와 지점을 전격 방문하는 등 트레이드 마크인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면서 이렇게 말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KTX를 이용해 부산으로 이동, 시내 한 식당에서 부산과 경남 지역 영업본부장ㆍ지점장들과 만찬을 가졌다.

50명 안팎의 지역 영업 실무 책임자가 총출동한 자리였다. 지난 22일 취임한 후 업무보고 등을 통해 현안을 파악하기는 했지만, 지역 영업 책임자들과 가진 현장에서의 첫 상견례라는 의미가 있었다.

윤 행장은 이 자리에서 "론스타 시절 영업이 부진하고, 고객의 신뢰가 저하된 측면이 있는데, 이때 아니면 회복 못 한다. 고객을 잃은 은행은 의미가 없다. 취임한 지 열흘이 안 된 나도 뛰려는 각오가 돼 있다. 20~25년 전 입행한 본부장ㆍ지점장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의 독자생존 투쟁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행장은 "새로운 마음으로 영업에 임해야 한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독자생존을 명분으로 격렬하게 투쟁했는데 그 과정에서 잃은 것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투쟁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실력으로 승부해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영업 강화를 위한 본점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약속과 하나은행과의 시너지 창출 문제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그는 "영업 현장에서 맨몸으로 싸울 수는 없다. 본점은 영업점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하나은행과는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금융지주사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다음날인 28일 아침에는 경남 양산지점 이전식에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윤 행장에게 양산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그는 기업은행장 시절 첫 지방 영업점 방문지로 양산을 택했고, 이후 현장경영을 기치로 내세웠었다.

그는 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3년간 전국 40여개 중소도시를 찾아 약 2천명의 중소기업 경영자와 대화했다. 영업점을 200차례 넘게 방문하고, 종종 직원들과 산행을 하는 등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에도 힘을 쏟았다.

양산지점 행사 직후 윤 행장은 대구ㆍ경북 영업본부를 방문해 해당 지역 실무 책임자, 노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일선 영업현장의 중요성과 본점의 지원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서울을 떠나 경남과 경북을 방문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시간이 24시간 정도에 불과한, 코피가 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며 "아직 행내 분위기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윤 행장의 진정성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윤 행장은 앞으로 영업점을 깜짝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6일에는 오전에는 호남영업본부와 광산지점ㆍ하남공단, 같은 날 오후에는 충청영업본부와 서대전지점ㆍ둔산지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만간 경기ㆍ수원ㆍ인천 지역 영업본부와 지점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향후 경영방향을 설명할 계획도 갖고 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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