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경제 지도자들이테일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어 눈길을끌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말에 3월부터 국내외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신차관은 지난달말 한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내부적으로 올해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의 위험정도를 월별로 점수화하여 분석한 결과 3∼4월 위험도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지표가 다소 나아졌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고 이란 핵문제 등 중동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경제도 수출과 제조업 생산이 둔화되고 소비,투자 등 내수도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신차관 등 재정부가 분석하는 모형이 아니라도 이달부터 주목해야할 테일 리스크 요인은 즐비한 듯 하다.
▲국제유가 스태그플레이션 촉발할까= 우선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국제유가가 두아비유 기준으로 배럴당 122달러를 상향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여태까지 패턴을 보면국제유가 상승에 따른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표준정규분포 밖에 있는 테일리스크(Tail Risk)에해당돼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작았다. 국제유가는 2차 오일쇼크 때를 제외하고 경기둔화 우려를 반영하면서 늘 제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2008년에도 국제유가가 3배 이상 뛰어 한 때 배럴당 140달러 선을 상향돌파했지만경기둔화 우려를 반영하면서 곧 하락세로 돌아섰다. 물가 상승압력도 국제유가 진정세와 함께 누그러졌다.
<2008년 이후 두바이유 현물 가격 추이>
그러나 이번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유동성을 마구잡이로 공급하고 있어 유가 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못할 수 있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유동성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대결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진정되지 않아표준정규분포의 밖에 있는 테일리스크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 일본이 유럽 다음의 위기 진앙지= 다음으로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다음 진앙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만나 일본이 심상치 않다며 크게 우려했다. 그는 일본이 세제 개혁 등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지 않으면 올해 글로벌 경제 위기의 또 다른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일본이 타격을 받게 될 경우 유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충격이 국내 경제에 전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홍콩의 한 채권딜러도 국제금융시장은 이미 일본의 위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올해 일본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진앙지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JGB 수익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GB 발행 물량의 80% 이상이 일본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지만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나머지 20%를 들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향후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물량을 던지기 시작하고 JGB 수익률이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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