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삼성그룹 일가의 '상속재산 소송'이 한국장학재단이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어 매각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와 차녀인 이숙희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여부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소송 대상에 에버랜드가 보유중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도 소송 대상물에 포함된 것이 에버랜드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관심사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학재단은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매각 주간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보유중인 에버랜드 지분 4.25%를 매각하기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에게 희망한 만큼의 에버랜드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장학재단과 동양증권은 특정 대상에 지분을 넘기는 방법 대신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조건으로 매각하는 것을 선택했다.

따라서 소위 '강남 부자'로 대표되는 고액자산가를 매각의 주 타깃으로 삼고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주당 190만원 정도만 받아도 총 매각금액은 2천억원이 넘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강남 부자'들이 사 줄 것이란 게 장학재단과 동양증권의 기대다.

실제 일부 대형 증권사와 은행은 신탁과 사모펀드 등을 통해 상당 규모의 개인투자자들을 모아 공개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가 일가를 제외하고는 개인 소액주주가 없는 에버랜드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희소가치를 갖게 된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학재단과 매각 주간사측은 나머지 절반 정도를 인수해 줄 기관투자가들이 당초 기대와 달리 반응이 미지근하자 매각 성사 여부에 내심 걱정하고 있다.

매각 공고 당시만 해도 일부 중소형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상당한 관심을 가졌고, 투자 여부를 검토했지만 느닷없이 '삼성가 소송'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이들 투자자들의 스탠스가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매각과 관련한 관계자는 "삼성가 일가의 소송이 당장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나 에버랜드의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변수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중소형 공제회 등은 투자여부를 심도있게 검토했으나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관심이 없다. 에버랜드 자체에 큰 매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가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들을 일일이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도 장학재단의 지분 매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매각이 비록 소수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생길 수 있어서다.

삼성은 가급적 기관투자가들에게 지분이 매각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으나, 소송으로 인해 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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