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합인포맥스는 작년 가을 '미국의 부활'을 주제로 기획취재를 했다. 셰일가스로 비용을 줄이고 3D 프린팅 등 새로운 첨단기술을 장착해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조명했다. 저비용을 찾아 미국을 떠났던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목격했고, 제조업의 재가동으로 잃었던 일자리를 다시 만드는 것도 확인했다.

셰일가스로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미국 기업들은 굳이 해외에 생산기지를 둘 필요가 없다. 3D 프린팅으로 간편하게 부품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저임금 국가에서 부품을 조립할 이유가 없다. 미국이 3D 프린팅으로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각종 기계부품을 만든다면 신흥국의 부품업체들은 배를 곯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품 제조를 많이 하는 우리나라에는 큰 타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자만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할 때는 미래 산업에 대한 부분이 유난히 귀에 들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3D프린팅 사업을 염두에 둔 발언을 많이 했다. 오하이오주의 영스타운과 노스캐롤라이나의 롤리(Raleigh) 등 3D 프린팅 전초기지의 예를 들며 올해 이런 기지를 6개 더 만들겠다고 했다. 혁신에 올인하는 국가가 세계 경제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 부분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메이드 인 USA'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도 했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들렸을 것이다. 미국은 새 산업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달려가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미래 먹거리를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게 빼앗기고, 기술 후진국으로 떨어지는 것 은 아닌가. 3D 프린팅 시장은 미국이 40%, 독일과 일본이 각각 1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보다 기술이 뒤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중국도 8%, 우리는 고작 2%의 점유율이다.

스마트카 시장은 어떤가. 이 분야는 애플이 눈에 띄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애플은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와 협력방안을 모색중이다. 작년에 앨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애플 경영진과 만났다. 미국 현지에선 애플이 테슬라를 인수(M&A)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M&A 여부를 떠나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의 경쟁자 구글도 올해 초 열린 CES2014에서 아우디와 함께 만든 전기차를 선보였다.

애플과 구글은 새로운 먹거리인 스마트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 핵심 기반은 운영체제(OS)다. 애플은 'iOS 인더 카'를 준비중이고,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체제를 자동차에 접목시킬 계획이다. 애플과 구글의 질주는 삼성과 현대차에게 커다란 도전과제다. 삼성과 현대차는 애플, 구글과 같은 운영체제가 없어서 독립된 힘으로 스마트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3D프린팅으로 제작된 자동차 부품으로, 애플과 구글이 만든 OS를 탑재한 자동차가 세계를 휩쓸고 다닐지 모른다. 우리 는 서구에서 산업혁명이 진행중일 때 세도정치과 쇄국정책의 그늘에서 퇴보했던 18세기의 전철을 다시 밟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거 1980년대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미래산업을 선점했다고 환호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CDMA (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로 10년 먹거리를 만들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비전은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명쾌한 답이 나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해 찾아봤지만 '딱, 이거다' 하는 부분은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올해 업무보고를 보면 9대 전략산업과 4대 기반산업을 민간 기획위원회에서 발굴하고 제시한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는 스마트카와 빅데이터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 ICT 신산업 육성 부문을 보면 3D 프린팅 육성 마스터 플랜을 4월에 발표하기로 돼 있다. 우리 미래 먹거리에 대한 속 시원한 비전을 봤으면 좋겠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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