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 관료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 경제를 이끌어 나갈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면서백가쟁명식 처방을 내놨지만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을 둘러싸고혼선을 빚은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인 듯하다.

그러나 경제관료들이 되새겨야 할 대목은 발표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이 아니다. 예컨대 '외국환 평형기금을 기업대출에 동원'하고 '빚 투성이 가계에 빚을 더 내라고 부추기는' 등 앞뒤가 맞지 않은 설익은 내용이 계획안에 대거 포함됐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 대책이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관료들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적자투성이 외평기금으로 기업대출까지..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해 100억달러 규모의 수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외 건설 및 플랜트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저리의 자금을 금융기관을 통해빌려주는 '온렌딩'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외평기금은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만큼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선진국의 자산으로 운용하는 기금의 성격상 적자는 필연적이다. 전문가들도 외평기금의 손실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한 일종의 국방비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외평기금의 손실은 어디까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한 무차별적인 비용일 경우로 한정돼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외평기금이 특정 기업들을 직접 지원하는 데 동원되는 일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는 따로 따져볼 일이다.

◇ 가계에 빚 권하는 경제 관료들

부동산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정성은 '올인'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돼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며 종합선물세트 같은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이 잇따라 발표됐다. 취득세 영구 인하, 양도세 중과 폐지,개발이익 환수제 폐지 등 전방위적인 세제 혜택이 이미 실시되고 있거나 실시될 예정이다.

경제관료들은 급기야마지막 빗장인 금융규제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발표될 예정이던 3개년 계획에는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담보가치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과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 등은 드디어 마지막 빗장까지 열렸다며 환영했다. 일부 언론까지 가세하며 LTV와 DTI 완화가 기정사실화되는 것 같았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천조원이 넘었다고 발표하지 않았다면 정말 LTV와 DTI도 무력화됐을 것 같다. 가계부채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최소한의 안정장치인 LTV와 DTI 확대가 타장한지에 의문이 일기 시작했고 비난여론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였다.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은 지난주말 LTV와 DTI를 현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불씨가 사라진 게 아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일부 정치인은 LTV와 DTI를 확대해야 부동산이 확실하게 살아난다며 경제관료들을 압박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것 같다. 모든 경제 주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백가쟁명식 대책으로 자칫 오히려 더 큰 흐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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