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출장제한과 주재원 가족 철수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으나 대부분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대기업이 많지 않고 진출한 대기업도 실적에서 차지하는 해당 지역의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우크라이나 진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한진해운 등이 판매법인이나 연락사무소 형태를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지딜러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일단 지난 1998년부터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판매법인을 운영 중인 LG전자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LG전자는 "우크라이나 불안 고조로 이미 지난주에 주재원 가족을 철수시켰다"며 "주재원과 현지 채용인의 경우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나 근무시장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사관 측과 핫라인을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 판매법인을 세운 삼성전자는 시나리오별 대응안을 마련해 놓았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올해 1월 말부터 정세변화에 따른 위험이 우려돼 우크라이나 출장을 제한했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대응안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으로 현재는 정세가 급변하는 단계여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우크라이나에 법인을 두지 않고 현지 딜러체제로 운영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판매량도 6천~7천대로 적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에 대리점을 가진 한진해운은 아시아ㆍ흑해 노선의 운영종료로 물동량이 줄어 피해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국내 철강업계도 우크라이나와 인접 지역에 거의 진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요 대기업들은 러시아에 판매와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대부분 분쟁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법인을 운영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나 전쟁 발발시 판매 부진 등의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른 총 150개의 한국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해 모스크바에만 92개 법인이 등록돼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LG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과 함께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의 금융기관도 자리 잡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러시아 현지공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있어 유럽지역에 가깝고 포스코의 경우 모스크바에 있는 현지법인을 제외하고 생산시설을 두고 있지 않다.

LG전자도 러시아 모스크바에 판매법인을, 루자에 TV와 모니터, 냉장고, 세탁기 등의 생산법인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국지전이 벌어지더라도 단기적으로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있다"며 "인근 유럽지역으로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 아무래도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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