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보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그룹경영위원회'에 가려져 있었으나 향후 실질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제기된다.

6일 그룹 안팎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경영위원회'안에서 그룹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경영위원회는 이 회장 구속 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초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면서 구성한 CJ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손경식 회장과 이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이 참여했다가 이관훈 사장이 물러나고 이채욱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를 겸직하면서 현재는 4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외삼촌인 손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나 고령이고 이채욱 부회장과 김철하 사장은 전문 경영인이다. 올 1월 중순에 전략 공유와 협업을 위해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도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 30여명이 참여한 기구로, 위원회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오너로서 그룹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막내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고 위원회 울타리 안에서만 경영을 해왔다. 이 회장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고 자칫 외부에 회장 부재 시기에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살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 다른 행보다.

이 부회장은 올 1월에 스위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개막 전 '한국의 밤' 행사에 가수 싸이를 초청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국내외 정치, 경제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또,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의 금융전문잡지인 블룸버그마케츠와의 인터뷰에서는 "사실상 그룹의 CEO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사람과 논의하고 대차대조표 등 더 많은 것을 신경 써 관리하고 있다"며 "CJ는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회장이 없는 동안 회장 지위에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으나 이 회장 뒤에서 조용히 엔터테인먼트 분야(CJ E&M)에 치중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언행이다.

모친인 손복남 CJ 고문도 그룹 인사권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 고문은 그동안 그룹 주요 인사에 깊게 관여해오다가 아들인 이 회장이 측근을 중용하면서 잠시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기회에 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남매간 경영권 다툼을 벌일 정도로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자손이 없는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경영권에 큰 욕심이 없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손 고문이 경영권 다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룹 관계자도 "경영 공백이 발생해 이 부회장이 CEO 역할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추후 이 회장이 복귀하면 이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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