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30년 넘게 북한을 통치해온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김정은이라는 후계자가 부각되어 있으나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전환이 예상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6.25 전쟁 이후 지속되어온 북한의 `김씨 왕조'는 끝을 맞이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관련한 향후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이슈는 군사적 도발 가능성 및 북한 붕괴 시 한국이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의 규모다.

두 사항 모두 한국 국가신용도에 있어 시스템 위험의 증가 및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사안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하는 모습이다.

이미 많은 분석 및 사설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한반도 두 체제의 반응이 따로 살아온 기간이 긴 만큼이나 상이하다는데 주목한다.

한국민의 반응은 즉각적이며 다양한데 비해 북한은 방송 아나운서의 발표와 일부 주민의 오열 모습이 전부다. 또한 한국의 금융시장이 급락세를 보인 것에 비해 북한은 장마당을 잠정 폐쇄했다는 뉴스 외 시장반응이라 부를만한 사항 자체가 없다.

북한 주민의 천편일률적인 비탄에 빠진 모습 역시 한국민에게는 과장되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오래된 드라마의 한 장면 이상으로는 비춰지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적응되지 않는 어색함만이 남을 뿐이다. `주식시장 vs. 장마당',`1만7천달러 vs. 960달러'라는 제도나 경제적 격차를 감안해야 하겠지만 두 체제간의 정서적 간극은 국민소득의 차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의 삶에서 북한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축소된 결과 일까.

한국사회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뉴스를 일과성 가십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연예계 핫 이슈보다 충격도가 훨씬 떨어지는 뉴스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떨어져 살아온 기간이 너무 길어 이제는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사라진 것이 아닐까.

북한주민은 통일에 대해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렇게 정서상의 간극이 크게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평사의 한국관련 보고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북한위험의 실체이다. 남 취급을 해도, 잊고 살아 존재마저 희미해져도 북한은 우리와 접해있으며 엄연한 실체라는 게 현실이다.

정치나 경제, 외교상으로 북한은 한국의 숙명임을 김 위원장 사망으로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일시적이었지만 사망소식을 접한 직후 주가의 꿈틀거림만으로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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