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는 19일 사상 최초로 한국은행 총재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새 총재로 내정된 이주열 후보자의 모든 것이낱낱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미국 중앙은행의 청문회는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 같다. 우리 정치권과 금융시장, 미디어 모두 연준 청문회를 연구해 우리나라도 새로운 인사 청문회의 전통과 문화가 정착 되기를 기대한다.

미국 청문회의 특징은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개인신상에 대한 질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정책적 입장이나 소관업무에 대한 미래계획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등의 사전검증이 매우 철저하기 때문에 청문회 내용도 '신상털기'보다 '정책해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동산, 병역, 돈 등 발화성 높은 이슈에만 몰입하는 우리 청문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청문회는 미래보다 과거를 지향하는 게 사실이다. 의원들은 후보자의 정책 비전보다 과거의 부정과 거짓말을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

이에 비해 연준 청문회에 참여하는 은행위원회 소속 상원 의원들은 전문 지식으로 무장돼 있다. 미국의 경제현황, 실업률, 금리, 환율,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깨알 지식'을 입력하고 청문회장에 나온다. 금융·경제 언론은 청문회를 앞두고 의원들을 섭외해 연준 의장 내정자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캐묻는다.

CNBC는 작년 11월 재닛 옐런 의장 인준청문회를 1시간 앞두고 앞두고 하이디 하이트캠프 상원의원(민주.노스다코다)을 현장 연결해 "오늘 옐런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으로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옐런이 상원의 인준을 받을 수 있을지, 2008년 금융위기같은 사태가 왔을 때 극복할 자질이 옐런에게 있는지, 양적완화(QE)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문했다. 옐런보다 해당 상임위의 의원이 먼저 언론의 검증을 받는 듯한 모양새였다.

블룸버그TV는 청문회를 1주일가량 앞두고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켄터키)을 인터뷰해 "옐런이 인준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는지"를 물었다. 폴 의원은 옐런의 상원 인준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해 그 당시 가장 '핫한' 뉴스메이커였다. 폴 의원은 이 인터뷰에서 "자신은 연준의 투명성을 요구하느라 인준 보류를 선언했으나, 이번 인준 청문회에서 옐런이 인준받을 것 같다"는 정보를 전해준다.

청문회가 시작되면 방송들은 실시간 현장 중계를 하고, 방송 여건이 안 되는 뉴욕타임스 등 신문들은 인터넷에 라이브 블로그를 만들어 실시간 청문회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시간 정보는 금융시장에 시시각각 반영돼 시세 흐름의 변화를 이끈다. 청문회장에서 옐런의 발언은 평소 듣기 어려운 최고급 정보이기 때문이다. 청문회를 전후해 월가의 전문가들은 옐런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한다.

이번 옐런 청문회는 이슈가 별로 없어 싱거웠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월가에선 시작 전부터 끝난 후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청문회 질의응답을 봐도, 월가의 전문가를 방불케 하는 상원의원과 연준 의장 간 지식의 대결장 같았다. 완전고용이 되는 미국의 실업률은 몇%로 보는지, 연준의 양적완화가 실물경제 회복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닌지, 연준의 독립성과 투명성, 시장과의 소통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 내정자의 청문회에서도 수준 높은 문답이 오가기를 기대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청문회가 죄인 심문회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 생산적 장소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때마침 연준의 상왕으로 평가받는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오는 13일 상원에서 인준 청문회의 검증을 받는다. 우리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꼭 시청하고, 사상 첫 한은 총재 청문회를 준비하길 기원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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