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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특산물이라고 하면 누구나 ‘귤’을 떠올린다. 그런데 삼국지에도 귤이 등장하는 대목이 있다. 삼국시대 초반, 조조가 원소를 무찌르고 바야흐로 위나라의 왕위에 오른다. 이때 오나라의 손권이 축하의 뜻으로 보낸 것이 바로 귤 40상자이다.

조조의 부하들이 힘들어하며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데, 좌자(左子)라는 도사가 등장한다. 그가 ‘도와주겠노라’고 말하고 귤이 든 상자를 한번 만지자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조조의 부하들은 이를 조조에게 바쳤다. 상자를 열어본 조조가 기뻐하며 귤을 집어 껍질을 벗기는데, 어찌된 셈인지 껍질 뿐, 죄다 속이 빈 것이었다. 조조가 빈껍데기 귤을 보낸 손권을 욕하자 좌자가 홀연히 등장한다. 그는 상자에 든 귤을 까 보이면서 조조에게 정상적인 귤인데 왜화를 내느냐고 묻는다.

기이하게도 조조가 집은 귤은 모조리 껍질만 있고 속이 비었는데, 좌자가 집은 귤은 한결같이 속이 꽉 찬 것이었다. 조조는 비로소 좌자라는 사람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상석으로 모신다... - 삼국지에 등장하는 귤 이야기이다.

달리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원래는 손권이 귤 상자가 아니라 귤나무를 보냈고(조조는 워낙 귤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를 부하들이 재배하여 귤을 땄다는 것이다. 하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품종인지라 위나라에서는 기후가 맞지 않았고 결국은 속 알맹이가 부실한 귤이 생산되었는데, 마침 좌자라는 도사가 도술을 핑계로 부하들을 구해주었다는 해석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귤은 남방에서 자라는 작물이므로 북쪽에서는 자랄 수 없다는 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도 있다. ‘강남의 귤이 강북에서는 탱자가 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역시 풍토와 기후가 맞아야 제대로 된 과일이 자라는 법이다. 당연하다.

최근의 주식시장은 어떤가?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들이 쑥쑥 날아가는 추세적 상승장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보다는 지수가 며칠 오르는 듯하였다가 다시 며칠 주춤거리는, 그야말로 ‘지루한 박스권 장세’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마찬가지로 풍토에 맞는 과일이어야 제 맛을 내듯이, 요즘 같은 시장 환경에서는 대형주보다는 차라리 소형주, 개별종목을 찾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나야 이 글에서는 여전히 ‘코스피지수’의 향방을 전망하고 있지만 말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주에 예상하였듯 코스피지수는 한주일 내내 횡보를 거듭하였다. 지수가 일목균형표 구름 안에 들어가 있는 형편인지라 상승세로 쑥쑥 날아가기에는 역시 무리가 따랐다. 산 정상에 올라 구름 안으로 들어가 본 사람, 혹은 비행기를 타고가다 구름 안으로 들어가 본 사람은 쉽게 안다. 구름 안은 안갯속과 다를 바 없다. 사실 구름이나 안개가 그게 그거이다. 같다. 수증기 혹은 물방울이지 않은가? 안갯속에 들어가면 앞이 보이지않듯(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말도 있다) 구름 안에 들어가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형편에 속도를 낼 수는 없다. 구름에 들어간 주가가 횡보하는 이유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는 결국은 구름을 벗어나고, 해가 뜨면 안개는 걷히기 마련이다. 구름 안에서 횡보하는 코스피지수도 위쪽이건 아래쪽이건 조만간 구름 밖으로 나온다. 그러면 방향은 환하게 열릴 터. 현재로서는 지수가 아래쪽보다는 더 위쪽으로 방향을 잡을 공산이 높다. 일목균형표의 모든 괘선들이 ‘상승’을 말하고 있다.

차트를 보는 이유는 앞날을 예측하려는 것인데, 솔직히 말하여 신이 아닌 이상 우리 인간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없다. 그럼에도, 기술적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추세가 상승세라면 매수하는 것이 이길 확률이 높고, 하락세일 때에는 매도하는 것이 손해 보지 않을 확률이 높은 법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은 위쪽으로 베팅하는 것이 확률이 좋다. 기준-전환선의 호전, 후행스팬의 호전 등 모든 여건이 무르익었으며, 지수가바야흐로 구름 상단만 벗어나면 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이번 주에 변화일이 등장한다. 코스피지수가 작년 10월23일의 2,063에서 내내 하락세였을 때, 26, 33, 42 등의 수치들이 하나의 매듭으로 작용하였다. 기본수치에 해당되는 날이 변화일이었던 셈. 그러던 추세가 올해 2월4일 1,885를 바닥으로 하는 반등세로 바뀌었는데 이번 주 화/수요일이 바닥에서 26일째가 된다. 재차 변화일이다. 변화일에는 추세가 바뀌기도 하지만 혹은 추세가 더 강화되기도 한다.변화일이라는 이유로 서둘러 매도할 필요는 없으나,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지수의 일목균형표는 그나마 구름이 꽤 두껍지만 달러-원 차트에서는 그렇지 않다. 구름이 너무나 빈약하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구름이 하늘에 걸린다면 기상대 일기예보는 ‘약간 흐림’ 혹은 ‘갬’이라는 표현을 썼을 게다. 구름이 ‘있는 둥 마는 둥’ 한 상태이니 말이다. 일목균형표에서는 구름이 지지선 혹은 저항선의 역할을 한다고 가르치는데, 이처럼 구름이 빈약할 때에는 지지선 혹은 저항선으로서의 신뢰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얇디얇은 구름조차 무너뜨리지 못하는 일도 있는데, 그럴 때면 시장가격이 급등(혹은 급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건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고, 대부분의 경우 구름이 얇으면 지지선이나 저항선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린다. 달러-원이 그 짝이다. 구름이 워낙 얇았고 그렇기에 달러-원 환율은 지지선의 별다른 도움도 받지 못하고 스르륵 하락세로 기울었다. 구름 하단은 1,070원대에 걸쳐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의 종가가 1,060.50이 되었다. 환율은 까마득하니 구름 아래로 떨어졌고, 지금부터는 되레 구름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참.

이미 전환선도 하락세로 기울었고 기준-전환선도 역전되었으며, 후행스팬 역시 26일전 캔들 아래로 처졌으니 괘선들은 이미 하락으로 돌아선 상태. 급기야 구름마저 지지선의 역할을 포기하고 무너진 상황인지라 이제는 더 볼 것도 없다. 환율은 야금야금 밀리는 것이 순서이겠다.

그런데 구름을 넘어서고 나면 추세가 더 강화되면서 쑥쑥 날아가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구름 근처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일이 더 많다. 기술적분석의 다른 파트에서는 이를 ‘눌림목’ 혹은 ‘되돌림’ 등으로 표현하고. 일목균형표에서는 구름의 지지/저항을 테스트하는 일로 해석한다.

환율이 구름을 아래쪽으로 막 통과하였으니, 지금부터는 의당 하락세일 터. 다만, 당장에는 달러-원이 살짝 반등하면서 구름을 건드려보는 상황, 즉 되돌림 혹은 구름 테스트과정이 나타날 수 있겠다. 구름 상단은 앞서 밝혔듯 1,070원대이므로 그게 이번에는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도 구름이 워낙 얇으므로 역시 위력은 세지 않을 터. 어쨌거나 1,070원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래로는 구름도 없으니 훤히 열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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