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유럽 정부가 자국 은행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다.

재정에 부담을 주고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은행 구제금융을 피하고자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례적인 은행권 자본 확충 방안은 임시방편일 뿐 은행권의 저성장과 부실자산, 국채 익스포져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유로존 국가들의 개별적인 은행 지원책이 최근 유로존 위기 해결 과정에서 정부들이 내놓은 단편적인 대응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 은행 재자본화와 신규 채권 발행 대책을 담은 종합 구제금융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상승하는 조달비용에 따른 은행권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이례적인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들에 공적 자산 매입을 권장한다. 나중에 은행들이 돈을 빌릴 때 이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지난달 예산안에서 은행이 보유한 국채로 군 막사나 사무실용 건물 등 국가 소유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안을 포함했다.

정부는 매각한 부동산을 은행으로부터 다시 임대한다.

은행들은 매입한 부동산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 유럽중앙은행(ECB)에 ABS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원치 않는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데다 은행에서 국채를 회수해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는 정부의 추가지원 없이 53억유로를 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은행은 자본 조달 약속을 부동산 자회사인 유로하이포(Eurohypo)를 정부의 '배드 뱅크'로 이전해 분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은행 보유 국채를 인수할 때 입을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쪽을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구제금융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포르투갈은 60억유로 상당의 은행 연금 자산과 채무를 국가 사회보장제도로 이전해 재정 적자를 줄였다.

정부는 이중 약 20억유로를 공기업에 지원해 이들이 은행 대출을 갚도록 지원할 심산이다.

스페인은 저축은행인 CAM을 인수하고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구제금융기금이 아닌 예금보험 자금을 활용했다.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자크 카이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뒷문으로 지원하는 경우 대체로 규모가 제한적이고 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제라드 라이온스 스탠다드차타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들이 사전 대책을 취하지 않으며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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