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사태 이후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의 재택근무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투자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부동산에서 문제가 발생해 금융까지 전이되는 과거 위기의 흐름과 비슷하기에 시장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금융 위기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돌발적으로 터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초미지(unknown unknowns)의 위험'은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모르는' 리스크(risk)를 일컫는다. 해당 리스크는 늘 깊은 상처와 후폭풍을 남기기 마련이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받아서다. 올해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대한 월가 반응이 이런 사례에 해당할 듯하다.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위로 뚫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1.37% 고꾸라지는 등 뉴욕의 3대 주요 지수는 CPI 발표 직후에 1.3~1.8% 동반 급락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
"정책도 경제도 물 같다고 생각한다. 물은 물길을 따라간다. 앞에 방해물이 생기면 빙 둘러 간다. 웅덩이가 생기면 한참을 꼼짝 않는다. 그러다 여울을 만나면 갑자기 치고 나간다. 제 모습을 바꾸되 길을 바꾸지 않는다.정책도 그렇다. 정면 돌파라는 게 없다. 반대 여론을 만나면 둘러 가야 한다. 시대를 잘못 만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때를 만나면 순식간에 세상을 바꾼다"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이 말은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 후배들에게 지금도 기억된다. '네임드' 선배의 이야기임을 차치하더라도, 순리를 담은 그
부동산 시장은 입춘이 지나도 추운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 가격은 되살아날 기미를 잠시 보였다. 7월부터 5개월간 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전월 대비 반등이 나타났다. 이 기간의 상승으로 그 전의 낙폭을 만회하는 듯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반락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최근까지 11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매수자는 계속 관망하면서 간혹 저가 매물 위주로 문의하지만, 매물가격이 내려가고 있으니 급할 이유가 없다.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고금리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빅쇼트'는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소개하며 막을 올린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당시의 착각은 미국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믿음이었다.최근 뉴욕커뮤니티뱅크(NYCB)가 상업용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에 부딪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은행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NYCB의 문제가 해당 은행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다
"한국 대표 상장사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LG화학, KB금융 이사회가 재무상태표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제대로 주주환원을 하면 주당 펀더멘털 가치가 50~120% 상승할 수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바로 코스피는 3,600까지 갈 수 있다." (강성부 KCGI 대표)상장기업의 자사주 소각 필요성을 강조하는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일성이다.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4.2.5 ryousanta@yna.co.kr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권에선 '4월 PF 위기설'이 회자했다. 그럴 때마다 당국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그러한 판단은 분명 합리적 의심이었다. 드러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두가 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 당국의 스탠스는 여전히 '정중동(靜中動)'이었기 때문이다. 연착륙이라는 미명하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과 자산유동화증권의
최근 국내 증권시장의 화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디스카운트,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다. 금융당국이 K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은행과 증권 등 금융주는 물론 자동차와 유통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정부 정책과 더불어 기업가치 개선 기대감인 반영된 영향이다.◇ K디스카운트 해소 기대에 주식시장 '들썩'해외 주요 기업과 비교해 현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수치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위주로 매수가 폭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K
미국 주식시장에서 F5(Fabulous 5)가 주목받는다고 한다. F5는 환상적인 다섯 종목을 말하는 것으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스,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이 포함돼 있다. 작년 한해 유행처럼 번졌던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 M7)'를 F5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M7에서 테슬라와 애플을 빼고 5개 회사가 올 한해 빛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F5에 포함된 회사의 공통점은 인공지능(AI)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
포스코그룹이 연일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차기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경찰 수사 소동까지 불거지면서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을 동반한 '캐나다' 이사회가 적절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내외부 인사들은 해당 쟁점이 인선에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작 포스코가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뒷전이 됐다. 포항 영일만의 모래사장에서 오늘날 포스코의 터전을 다진 고 박태준 회장이 추상같이 나무랄 법한 장면이다. ◇ 포스코 일군 박태준이 진보·보수 양진영에서 헌사
한국은 신흥국이다. 경제 규모로 볼 때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가 언제인데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자산배분 관점에서 보면 한국 자본시장은 분명 신흥국이다.한국의 코스피는 MSCI 이머징마켓에 있다. MSCI는 미국의 모건스탠리, 좀 더 정확하게 하자면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다. 한국은 MSCI 선진시장 진입을 위해 수년간 노력했지만, 이머징마켓에 머물고 있다.MSCI 선진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1년 이상 오른 뒤 리뷰를 통한 시장 승격
우리 금융시장은 피로감으로 무대응 일색이지만 북한은 지치는 기색이 없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한 후 새해 들어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정세의 변화도 보인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회동하면서 중동, 우크라이나 등의 현안과 함께 북한 문제(중국은 한반도 문제로 표현)도 다뤘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이 비핵화 쪽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전쟁이 임박했다고 볼 단계는 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력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12.19 superdoo82@yna.co.kr플랫폼법은 공정위가 독점력을 가진 핵심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을 하지 않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을 이룬다. 요약하면 독과점 플랫폼으로 지정된 기업에 대해 사전 규제를 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을 납부하며 채권단과의 협상 물꼬가 다시 트였다.또한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천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 이행 외에 추가 자구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모습. 2024.1.8 superdoo82@yna.co.kr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청룡의 해를 맞아 부푼 기대감을 품고 출발한 2024년 갑진년 1월 국내 금융시장에 뜻하지 않은 한기가 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해 12월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달러-원 환율도 예상과 달리 가파르게 상승(원화 약세)했다. 채권값도 오히려 하락(채권금리 상승)하고 있다. 연초부터 원화 자산이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지난해 2,655.28로 장을 마쳤던 코스피지수는 영업일 기준으로 거의 보름 만인 22일에는 2,464.35까지 하락했다. 올해 들어 벌써 7% 이상 떨어졌다. 다른 주요국의 증시와
여의도 증권가에서 올해는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나는 해라는 말이 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만의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이 끝이라는 얘기다. 중간에 다양한 국가에서 선거들이 있다.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도 있고, 우리나라 역시 4월에 총선을 치른다. 시장에서 관심을 뗄 수 없는 정치 외교 이벤트들이 한해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정치라는 뜻에서 폴리코노미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지난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파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상반기 내내
서울금융시장이 바짝 얼어붙었다. 홍콩H지수(HSCEI)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y)의 파동 조짐이 일면서다. 특히 일부 지수형 ELS 상품은 '녹인(Knock-in, 원금손실)' 구간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채권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됐다. 지수형 등 ELS 설정 잔액의 상당 부분은 채권 형태로 운용되는 탓이다. 해당 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가 녹인으로 타격을 입으면 채권 포지션 조정압력에 노출된다.◇ 2015년의 타임루프더 놀라운 점은 해당 소동이 약 9년 전에도 판
2023년 1월 첫 칼럼의 제목은 '3高 해방일지의 시작'이었다. 2022년 말 정점에 달했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서 촉발한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면서 새해 들어 낯선 평화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연초부터 해방이 시작되면서 금융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도산 같은 갑작스러운 변수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 뒤에도 시장의 놀람은 연중 내내 계속됐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새마을금고 사태, 해외상업용 부동산 시장 냉각, 국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하루 전 SEC 소셜미디어 계정 해킹으로 '가짜 뉴스' 소동이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미국 증시에서 제도권 자금을 비트코인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 셈이다.거래 첫날인 11일에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종목코드 GBTC)를 비롯해 총 11개 현물 ETF에 수요가 몰리면서 총거래 규모가 46억달러(약 6조원)에 달했다. 현물 ETF를 상장한 자산운용사는 그레이
SK그룹 측의 실수인 줄 알았다. 연초 최태원 회장의 SK하이닉스 공장 현장방문 기사에 올라온 한장의 사진을 보고 든 생각이다. 사진 속 최 회장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있지만, 음영 처리돼 정확히 알아보기 어렵다. 해당 사진을 제공한 SK그룹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란 설명을 단 것을 보고서야 이해가 됐다. 기술 보안을 위한 음영 처리였다. 웨이퍼 사진만으로도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사진 한장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 최 회장이 올해 들어 가장 먼저 찾은 현장이 반도체 공장(이천캠퍼스)이다. 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