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차 카드 정보유출은 없다'던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의 공언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처음에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고객정보 1억여 건이 유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찜찜하긴 했지만, 개인정보가 '광고 대행업자'에게만 넘어가 직접 피해 사례가 없는데 안도하며 애써 참아보려 했으나 결국에는 2차로 8천만여 건이 '대출 중개업자'에게 유출돼 대출영업에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카드 3사 회원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카드 회사 창구를 방문해 회원 탈퇴를 하거나 해지해야 하는지, 그냥 시간만 어영부영 지나면 넘어갈 사안으로 치부하고 눈 질끔 감고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 결국 대다수 국민이 각자도생(各自圖生) 하란 얘기인데, 금융당국과 카드 회사는 이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어려운 국민의 경제활동을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금융당국은 카드회사 관리 감독 소홀 등 무능했던데다 거짓말까지 하고, 고작 내놓은 대책이란 게 범죄자 몇 명 구속하고 해당 카드사에 또다시 특검을 한다는 내용이다.

자본주의 신용경제의 근간인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고 '신용'이 추락한 만큼 앞으로는 '신용 카드'라는 용어에서 '신용'이라는 단어도 내팽개쳐질 것 같다. 국민의 2차 분노가 비등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미 '종합 대책'을 발표한 이후라, 추가로 또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부끄러워졌다.

대통령은 앞에서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고 규제혁파에 노심초사 '올인'하고 있는데, 뒤에서 경제 관료와 금융당국자들은 가장 중요한 정책 신뢰에 대한 흠집이나 내고 추후 시행될 경제 정책 전체로 불신이 번지게 하고 있다.

1차 정보 유출시점에서 2차, 3차 유출 가능성과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최기억 칼럼 1월21일 자)을 했음에도, 당국자들은 '전혀 아니다'며 여러 차례 강하게 부정했다. 당국자들도 처음부터 거짓말 의도는 없었을 것으로 믿고 싶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어 검찰발 '2차 유출이 없다'는 얘기를 국회의원들과 언론 앞에서 공언했을 것이다.

상황을 모면하려고 변명한 게 아니라 2차 피해는 없어야 하며, 없을 것이라는 절박한 바람을 표현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은 2차 유출 사례가 무려 8천만 건을 넘어섰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국민을 기망한 셈이 됐다.

관료들이 순간을 모면하는 데만 능하고 거짓말에 능숙하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앞으로 시행될 각종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질 수 있다. 공자(孔子)가 '신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게 허사(無信不立)라고 강조한 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리다. 무능한데다 거짓말에 능한 이들의 목만 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그대로 놔두고서는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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