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리서치 센터장 출신인 그는 지난 일 년 새 일어났던 황망한 사건을 누구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 말미에는 결국 울컥하고야 말았다. 30년을 한 회사에 바친 조직의 일원으로서, 증권맨으로서, 그리고 사장으로서 북받친 감정이 고스란히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 드러났다.

지난 18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동양증권의 기자간담회는 대만 위안다 증권과의 인수합병이 결정되고 난 후의 첫번째 공식적인 자리였다.

서명석 동양증권 사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센터장 출신인 그의 이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는 지난해 동양사태 발생 이후, 그리고 사장 자리에 오른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차분히 정리했다.

"제가 이 회사에 30년을 근무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이 말을 꺼내놓고 서 사장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표정만큼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동양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자랑스럽지 않게 됐고, 사장단 모임에 나가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며 "한국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점에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드문드문 말을 이어갔다.

서 사장은 "위안다 증권과의 인수합병이 결정되고 개인적인 재신임을 얼마나 보장받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보다 제 관심은 이곳에서 얼마만큼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느냐"라며 "평생을 바친 이 회사가 동양증권이라는 이름으로 정상적인 형태의 금융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증권 을지지점 근무를 시작으로 상품운용팀, Wrap운영팀, 투자전략팀을 거친 그는 지난 2006년부터 리서치센터장을 지냈다. 이후 2011년 경영 CFO에 오른 그는 지난해 부사장에서 곧바로 사장에 오르며 조직의 구원투수로 자리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울컥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내가 이래서 문제야"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날 울컥한 사장을 본 직원들도 만감이 교차했다.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한 동양증권도, 아직 조직을 지키는 직원들과 투자자들도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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