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데뷔전은 많은 논란과 얘깃거리를 만들어냈다. 피해갈 부분을 피해가지 못하고 감춰야할 부분을 드러내는 미숙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옐런은 '신참의 실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옐런 의장은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종료 후 6개월 뒤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옐런의 입에서 나온 6개월이란 말은 '명확하게' 알려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FOMC 성명에는 양적완화 종료 이후에도 '상당 기간(a considerable time)' 금리를 낮게 유지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옐런은 그 상당 기간이 언제인지 집요하게 추궁당했다. 노련한 유도심문에 초보 의장은 감춰야할 패를 드러내고 말았다.

앨런 그린스펀이나 벤 버냉키 전 의장이었다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6개월이라는 답을 하는 대신에 미국 경제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의도적 모호함을 줌으로써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넓혀갔을 가능성이 크다.

옐런도 6개월이라는 말을 한 직후 "성명서에서 말한 것(상당 기간)은 경제여건에 달려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시장참가자의 머리속엔 6개월이란 말만 입력됐다.

'상당 기간'은 연준 내부에서 6개월~1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2010년에도 상당 기간(for an extended period)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상당 기간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는 표현을 놓고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상당 기간은 6개월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옐런의 6개월 발언은 원론적인 것이다. 월가에서 처음엔 놀랐으나 점차 안정을 찾은 것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양적완화 종료 이후 미국 경제가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6개월이라는 시간적 정의는 의미없는 것이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자료중 FOMC 위원들 각자의 금리전망을 담은 분포도(dot-plot)가 뜨거운 감자였다. FOMC 위원들의 전반적인 금리전망 분포가 3개월 전보다 인상쪽으로 중심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합의를 전제로 한 연준 내부의 컨센서스가 금리인상쪽으로 이동했다는 건 시장에 매우 중요한 정보다.

이를 두고 옐런 의장은 "큰 의미를 두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보지 말라면 더 보고 싶은 게 시장의 심리다.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말 때문에 앞으로 이 도표는 더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6월에 나올 분포도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금리인상 프레임에 사로잡힌 시장참가자들에게 매력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데뷔전에서 많은 숙제를 남긴 옐런 의장은 메시지 전달에 대해 많은 고민하고 나타날 것이다. 6개월 발언에 대한 진화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옐런과 시장이 서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버냉키 의장이 취임했을 때에도 시장엔 이런저런 혼선이 있었다. 모호함을 추구하는 그린스펀에 길들여졌던 시장에 직설적인 돌직구를 날리는 버냉키 스타일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옐런에게도 익숙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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