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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로 요절한 루마니아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라가 연주한 쇼팽의 음반은 ‘불세출의 명반’이라는 극찬 속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의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몇십 년이 지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 음원이 사실은 스테파니라는 무명 피아니스트의 연주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엉뚱한 연주에 환호하였던 셈. 음악계는 발칵 뒤집혔고 평론가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연주가가 누구든 그 음반이야말로 명반’이라는 평론가들이 있었는가 하면 ‘어쩐지 허점이 많고 서투른 기색이 완연하더라’며 의견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린 평론가도 있었다. 문제는 의견을 바꾼 평론가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이런 것도 있다. 몇 년 전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을 길거리의 악사로 분장시켰던 것. 그는 출근길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1시간 동안이나 비싼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런데 사흘 전 보스턴 심포니 연주 홀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그였으나 길거리 연주의 결과는 참담했다. 앞을 지나간 천명 이상 행인 중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은 단 한 명도없었으니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하자. 미국의 심리학자가 다섯 종류의 서로 다른 포도주를 사람들에게 시음하도록 하여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포도주마다 가격을 일러주면서 반응을 점검했는데, 뇌파를 측정하여 실험 대상자가 느끼는 ‘쾌감’을 살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다섯 종류의 포도주라고 했지만, 사실은 세 종류를 다섯 잔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였고, 아울러 시음할 때마다 불러주는 포도주의 가격도 실제와는 전혀 다른 뒤죽박죽 ‘엉터리’였다. 실험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포도주의 ‘진짜’ 가격과는 상관없이, 불러주는 가격이 비쌀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쾌감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우리 인간은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혹시 남들이 좋다고 하니 덩달아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가? 본질보다는 명성이나 가격 등과 같은 겉모양에 속아서 진정한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 주식에 투자하면서 사람들은 가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심각하게 떠오르는 의문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일목균형표에 이르길 “상승추세는 쌓아가는 것이고, 하락추세는 무너지는 것”이라 하였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그야말로 ‘쥐꼬리만큼’ 움직이지만, 주가가 밀릴 때에는 ‘미끄럼틀 타듯’ 후딱 추락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요즘의 시장을 보면 그 말이 실감 난다. 지난주 차트를 보라. 양봉이 만들어질 때, 즉 시가보다 종가가 상승하였을 때 캔들은 대체로 짧게 나타난다. 장중에 주가가 그다지 오르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음봉이 형성될 때, 즉시가보다 종가가 하락하였을 때에 캔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길다. 하락세에서 주가는 와르르 무너지는 법이다. 종종 걷잡을 수 없다.

올해의 첫날, 1월2일의 거래에서 코스피지수는 엄청나게 길고 긴 음봉을 만들었다. 시가는 2,013이었으나 종가는 1,967. 시가와 종가의 차이가 무려 46포인트에 이르는 ‘장대음봉’이 형성되었고, 이는 두고두고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새해 첫날부터 장대음봉을 만들었으니 이후의 시장이 좋을 리가 있나.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주가는 이런 상황에서 일목균형표 구름 돌파에 연신 실패하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최근에는 구름이 매우 얇아서 저항선이 약해보였지만 그런데도 시장은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매수세가 취약하였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저항선이 얇기가 종잇장 같지만, 그것조차 무너뜨리지 못하니…. 전형적인 하락장의 분위기이다.

지난주에 코스피지수는 간신히 1,900의 지지는 확인하였지만 그렇다고 분위기 혹은 추세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글의 앞에서 밝혔듯 ‘찔끔 상승, 와장창 하락’의 패턴을 반복하면서 지수는 자꾸 밀렸고, 급기야 구름 아래쪽 지지선마저 재차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구름 안이어서 하다못해 ‘구름 하단의 지지’와 ‘구름 안에서의 횡보’를 기대할 수 있었던 터. 하지만 구름을 아래로 벗어난다면 삭막해진다. 지지선이 변변치 못한지라 하락폭이 더커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겠다.

추세는 하락세인즉 전망 역시 좋을 수 없다. 기준-전환선의 역전은 오래전에 나타났고 후행스팬이 슬슬 26일 전의 캔들을 벗어날 참. 1,920 언저리가 구름 하단인바 주가가 지난 주말보다 조금만 더 밀리면 구름 아래로 주저앉게 된다. 다만, 그동안 하락세가 꽤 진행되다 보니 기술적 지표가 바닥권이라는 것이 매수세의 위안거리. 역시 이번 주에도 1,900의 지지를 기대하는 정도이겠다. 그리고 설령 1,900마저 무너진다면 ‘그 아래로는 답이없다’는 말은 하나 마나일 터.

(달러-원 주간전망)

외환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주에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달러-원 환율이 내내 오르면서 아연 상승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목균형표에서도 ‘균형’은 상승 쪽으로 넘어갔다. 전환선이 상승하더니, 기준-전환선이 서로 호전되었고, 환율이 구름 상단을 뛰어넘어 훨훨 날아가고 말았다. 급기야 추세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성격을 가진 후행스팬마저 26일전 캔들을 상향돌파하였다. 이제 ‘상승세’라고 선언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확실하다.

1,070~1,075원 사이에 걸쳐 있으면서 달러-원 상승세에 저항군으로 작용하리라 예상되던 구름은 도무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하긴 두께가 워낙 얇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 그런데 구름의 두께와 관련하여 일목균형표에서는 “구름이 얇을 때 시장에 변화가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달러-원 차트에서는 당분간 구름이 매우 얇으면서 옆으로 길게 퍼진 횡(橫)구름의 형태이므로 조만간 외환시장에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크다.

'변화’는 통상 기존의 추세가 바뀌는 ‘반전(reversal)’일 수도 있고, 혹은 기존의 추세가 더 ‘강화(accelerate)’되는 형태일 수도 있다. 당장에야 어느 쪽일지 단언할 수는 없으나, 나는 아무래도 기존 추세의 강화, 즉 상승세가 더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락추세였다가 환율이 구름을 돌파하면서 상승추세로 바뀌었는데 그 과정에서의 전환이 심상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MACD 등 다른 기술적지표가 매수신호를 나타내고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연 이틀간 캔들차트에서 도지(doji)가 나타났다. 시가와 종가가 같을 때에 만들어지는 도지는 매수-매도세의 균형이 장중에 팽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상승세의 와중에 매도세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환율은 이번 주 초반에는 약간 횡보하면서 매도세의 저항을 잠재운 후, 다시 오르는 양상을 보이리라 예상된다. 물론 일목균형표로 따진 ‘변화’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다만, 도지로 미루어보아큰변화가 주 초반에 나타날 공산은 아무래도 좀 낮다는 것뿐. 나는 여전히 ‘롱’에 끌린다. 하긴 주식시장에서 비관적인데, 원화의 가치가 평가절상되리라 전망할 수는 없다. 그건 자기모순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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