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똥줄' 태우는 간절한 꿈
<최기억 칼럼> '똥줄' 태우는 간절한 꿈
  • 승인 2014.03.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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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스갯소리 하나. 독수리 가족이 산 위에 앉아 제트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새끼 독수리가 말했다. "엄마, 저 새는 왜 저렇게 빨라?" 그러자 엄마 독수리가 답했다. "응, 너희도 꼬리에 불붙어봐라. 똥끝에 불붙으면 엄청 빨라진다."

말 나온 김에 보너스로 하나 더.

어려서 혼자 상경해 적수공권으로 사업을 성취한 한 지인이 말했다. "요즘 사회 이슈가 되는 진짜배기 규제가 뭔지 아느냐, 다름 아닌 빽이나 연줄이다". 얘기는 이어졌다. "출발선이 달라지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규제는 또 있다. 인맥줄, 학연줄, 지연줄보다 탯줄이다. 그렇다면 금 숟가락 물고 태어난 탯줄이 없는 사람은 어떡하느냐, 똥줄이라도 태워야지."

남보다 속도가 느리다면, 늦게 출발했다면, 똥줄이라도 태우는 수밖에 없다.

작금에 우리 경제가 겪는 저성장과 침체는 규제도 중요 이유이겠지만 이보다는 이런 똥줄이라도 태우는 정신이 가물가물해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느 시대나 관료는 존재했고 이들의 '권력'과 '밥'인 규제와 사업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상존했기에, 각종 제약 때문에 일을 못 해먹겠다는 것은 핑계일 따름이고, 본질적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어떤 한계에도 굴하지 않은 한국경제의 중흥을 이끌었던 맨땅에 헤딩하는 치열한 '기업가 정신'의 부족, 이것이 골골 죽어 간다는 점이다.

초기 창업자들의 도전 정신이 2세와 3세로 이어지지 못하고, 창업하기보다는 공기업에 취직해 편안한 삶을 즐기겠다는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의 부식이 규제보다 더 큰 장애물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결핍과 똥줄이 타는 안타까움이 없는 풍족한 2세, 3세 기업 상속자들과 젊은 층의 자족 성향에도 문제가 있지만, 또 다른 문제는 무슨 비즈니스를 해도 과거 같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아이템이 점차 사라지는 점이다.

기술은 고도화되고 리스크도 과거와 양상이 달라졌다. '고위험 고수익'의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으나, 기업의 실력과 눈이 점점 밝아져 위험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경쟁이 불꽃 튀기고, 고위험이라고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기술 속도는 빨라지고 유행의 사이클도 짧아지고, 위험의 분포도 예전보다 훨씬 더 촘촘해졌다.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기술 버전 2.0, 3.0, 4.0, 5.0 식으로의 단계적 개선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 게 좋은 예다.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 그 이전 시장을 흔적없이 사라지게 한다. 기술집약이 심화하면서 산업마다 새 패러다임 창조가 생존의 조건이고, 서비스산업의 강조와 융합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판국에 어느 누가 섣불리 과감한 투자와 기업가정신을 쉽게 발휘하겠는가. 따라서 정부는 규제 개혁뿐만 아니라 이런 정신을 유지하고 살려내는 정치,사회,경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들도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유한한 인생에서 각자가 꿈 하나를 부여잡고, 독수리 가족이 제트기를 쳐다보는 것처럼, 꿈에 굶주리고(Stay hungry) 목마른(Stay foolish) 영혼의 갈증과 열정을 유지해야 한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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