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그리스가 2010년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독자적인 장기자금 조달을 추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이날 아테네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뒤 오는 6월 3~5년 만기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세 명의 유로존 고위 관계자들은 WSJ에 그리스가 연말까지 40억~50억유로(약 5조8천억~ 7조3천억원)의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재무부의 한 고위 관료는 "6월과 올해 하반기에 한 번씩 두 차례의 발행을 통해 40억~50억유로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기적으로 장기채 시장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의 장기국채 발행 시도는 재정위기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유로존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장기국채 발행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10년 3월 이래 최저치인 6.2%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안심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또 그리스는 2012년 2차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일부 채무를 탕감받았음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75.6%로 유로존에서 가장 높다.

브뤼셀 소재 민간 싱크탱크 '브뤼겔'의 군트람 볼프 소장은 "장기국채 발행은 극히 위험한 전략"이라면서 "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구제금융을 통해 빌리는 것보다 금리가 훨씬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스의 장기국채 발행 계획은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차기 지원분 83억유로의 지급을 승인한 가운데 전해졌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데이셀불름 네덜란드 장관은 "63억유로는 4월말까지 지급되고, 6월초와 7월초에 각각 10억유로가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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