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인 A씨는 2001년에 증권사를 그만둔 이후, 막노동 대리운전 노래방 주점 이삿짐센터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3년을 보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는 다시 파생·주식시장 전업투자가로 복귀해 경기도 파주에 정착했다. 최근까지 10년 이상 월 3%의 수익률을 유지하며 매월 부인에게 300만 원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주는 무림의 고수에게 근래 들어 증권사에서 잘린 후배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질문 대부분은 이렇다. "100세 시대를 맞아 전업투자가의 길을 가려면 어찌하오리까"

그는 시장에 새로운 선수의 수혈이 이어지지만, 새내기들이 과거 IMF와 금융위기를 겪은 선배들의 실패담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에 몸담았을 때와 개미로 뛸 때에는 상황이 큰 차이가 나서, 소위 '똥'과 '된장'을 구별하는 지혜를 구해야 하는데 혈기만 넘친다는 지적이다.

그는 보통 개미 투자가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했다.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 보지 않고도 아는 사람, 먹어 본 후에야 깨닫는 이, 먹어 본 뒤에도 감을 못 잡는 사람이다.

A씨는 우선 당분간 국내 증시가 먹을 것 없는 장이 연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유동성의 힘으로 일어섰지만, 서서히 돈줄을 죄야 하는 사이클에 진입했으니 장세가 탄력받기를 기대한다는 건 욕심이라는 얘기다. 파주에 정착해서 살다 보니 이웃들의 비정규직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가계부채까지 겹쳐 소비가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가 우리 경제현실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따라서 앞으로 전업투자가가 되려면 목표수익률을 지금보다 더 낮추고 상당기간 방망이를 더 짧게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가 요즘 눈여겨보는 재료는 뭣보다 환율이다. 주식시장의 주포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환율에 가장 민감한 이들이 현 환율 1,050원대를 어떻게 볼지 모르고, 실제 환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지만 아마 환율 바닥이 주가 꼭지가 아닐까 추정했다.

전업투자가는 주식현물뿐만 아니라 선물과 옵션시장을 동시에 잘 알아야 한다. 지수선물은 개장 초반 당일 장세가 판가름나는 만큼 꼬리가 방향을 딱 트는 날 정해서 들어가야 하고 옵션도 마찬가지다. 옵션은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인 시장이다. 변동폭 큰 날을 선택해야 하고 매일 하면 안된다. 혼자서 투자하는 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몰빵'과 '뇌동매매'다. 아무리 내공이 강한 선수들도 여기에 빠지면 못 견딘다. 오금이 저리고 조금만 떨어져도 미칠 것 같아진다. 따라서 매매 횟수를 줄여야 한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매매 많이 않아도 돈 많이 벌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투자는 어느 직종보다 체력소모가 심한 만큼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 필수다. 장이 마감된 오후 3시 이후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누렁이를 앞세우고 임진강 둑길을 두 시간씩 뛰고 산책한다. 정신과 영혼을 황폐화를 막고자 주말에는 파주 시립도서관에서 학창시절 완독하지 못했던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셰익스피어의 장편 소설을 읽는다. 시장은 인간들이 모인 곳이고 욕망과 공포의 주인공들이 '죽기 살기' 게임을 하는 곳이니, 투자에 앞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를 해야한다.

A씨는 말했다. 돈은 갈망하는 자에게는 가지 않는다. 그리고 수익은 자신이 잘해서 버는 게 아니다. 시장이 주는 것이다. 이것만 명심하면 쪽박은 면한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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