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이주열과 구로다
<최기억 칼럼> 이주열과 구로다
  • 승인 2014.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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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리처드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대특종 했던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2005년경에 쓴 '마에스트로'라는 책을 보면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격심했는지가 나온다.

그린스펀은 금리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통부터 먼저 시작된다고 했다. 온 지구촌이 당신의 입만 쳐다보는 탓에 스트레스를 머리보다 배가 먼저 인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옛날 신전의 제사장에 비유됐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전쟁과 기후 예측과 농사에 관해 신탁(Oracle)에 물어보고 우매한 백성에게 교시를 내리는 신관(神官)처럼 시장에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불투명성이 고조된 요즘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여전히 접신(接神)해서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제사장과 비슷한 신세다.

미래를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 미래에 대해 잘 모르겠더라도 항상 뭔가 아는 것처럼 모호하고 은유적이며 간접적인 화법을 쓸 수밖에 없으며, 속으로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지도 모른다.

경제상황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한국과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도 예외는 아니다.

4월1일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는 뭣보다 다가올 정책금리 결정이 큰 숙제다. 당장 FRB의 테이퍼링이 올해 안에 종료되고 내년 초에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환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한국 역시 내년 초중반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감과 국내 가계대출 1000조 원이 금리 인상에 큰 걸림돌이다.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통화정책이 중장기적인 거시경제 기조 선상에 있기에 정부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조율이라는 차원 높은 내공을 구사해야 한다.

한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침체 탈출 정책에 총대를 메고 '올인'하고 있다. 양적완화-엔저-수출활성화-기업이익증대-가계소득증대-물가 상승-내수 활성화-정부 세수증가의 선순환의 고리를 어떻게든지 구축해야 한다. 엔화를 찍어 엔저를 유도하는 일은 이 모든 것의 핵심이다.

따라서 구로다의 정책은 이주열의 결정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달러-엔이 100엔을 위협하면 달러-원도 1,000원 선을 위협하는 모양새로 공명(共鳴)할 수 있다. 양국의 경제 상황이 각각 복잡계이고 연관성 또한 어느 때보다 깊고도 넓어졌다.

'금융통화위원회'와 '금융정책위원회' 직후의 양국 총재의 회견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지난 8일 구로다는 1882년 일본은행 창립 이후 132년 만에 실시간 생중계 카메라 앞에 섰다. 한국은행이 10년째 생중계를 허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그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추가적인 완화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으로 내년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이틀 뒤인 지난 10일 이주열이 첫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20원 가까이 뚝 떨어지던 환율은 크게 되올랐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이주열의 등장만으로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한다.

골수 한국은행 출신의 이주열과 재무성 직업관료 출신의 구로다가 이끄는 양국 중앙은행의 정책 경쟁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시장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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