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한 증권 유관 공공기관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주가 예측 프로그램'을 10월부터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 기관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모양이다. 작년 1월부터 1년 넘게 소셜네트워크(SNS)와 뉴스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2천여개 종목과 1천여 개 키워드로 분석해 구축했고, 시범운영 결과 실제 예측률은 60%를 웃돌아 실전 활용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개발 관계자들은 예측률이 60%에 달하면 실무 사용에 문제없고, 자산운용 퀀트(계량적 분석)모델로서 가치를 확인받았다고 자랑했다. 진심으로 이 시스템이 침체된 한국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업계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국내 도입이 주가의 예측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예측모델이 월가에서 사용되던 것을 골간으로 한국 실정에 어느 정도 수정 반영됐는지 여부가 논란거리다. 코스피지수 자체가 다우(Dow)나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지수 처럼 구성 산업군(群)의 다양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지정학적 요인과 각종 한국적 쏠림과 특수성을 반영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예측은 여전히 프랑스 수학자 루이 바쉴리에가 1900년에 처음으로 시도한 주가 예측 이론, 즉 주가의 움직임은 그저 무작위일 뿐이며, 술 취한 사람의 걸음과 같다는 랜덤 워크(Random Walk) 이론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이론은 국내 주가에 대한 어느 정도 설명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코스피에는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다→코스피는 기억력을 갖지 않는다→예측 가능한 패턴이 없다→어떤 경향성도 갖지 않는다→향후 코스피의 움직임은 새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새로운 정보는 예측 불가능하다→따라서 코스피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다우나 스탠다드 앤 푸어스 지수의 흐름에는 보유기간이 길면 주가수익률은 이자율을 능가한다는 것이 검증됐지만, 코스피에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 중론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약점이다. 코스피 역시 보유기간이 길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는 있지만, 한국 시장의 불연속선상 여기에는 수많은 함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 장기투자의 경우, 장기는 단기의 단순한 시간적 공간이 아니라 각각 다른 공간의 틀 속에서 한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고, 오너의 관점과 투자자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약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월가처럼 산업의 중심이 장치산업에서 지식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수학 역할이 증대되면서 1천여 명의 고등 수학 엔지니어들이 활약하며 금융이 수학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퀀트라고 불리는 이들이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투자하며 시장 질서를 재편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며, 한국시장은 퀀트가 이길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코스피 예측 모델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한국인 특유의 광기와 욕망이 심하게 뒤섞여 있다는 점과, 예측하고 계산하기 어려운 쏠림이 훨씬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점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반영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