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봉사는 흥이 나야 합니다. 재단 환경부터 싹 바꿀 겁니다."

이태영 한국실명예방재단(아이러브재단) 신임 회장은 2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자비로 직원들이 사용하는 냉장고부터 바꿨다. 각종 의약품을 보관해야 하는 탓에 직원들 도시락조차 넣지 못하던 작은 냉장고였다.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형광등 불이 나간 것도 메모지에 기록했다.

이 회장은 "근무 여건이 좋지 않으면 진정으로 봉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직원들이 금방 다른 곳으로 떠나버린다"며 "개선해야 할 점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적어두고 하나씩 고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태준제약 회장이기도 한 그가 수십 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람'이다.

신입사원을 교육시키고 가르쳐 놓으면 5~6년 후엔 홀연히 회사를 떠났다. 제약업계에서 전문가가 된 인재들이 더 좋은 제안을 받고 대기업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산업스파이'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도 했다. 태준제약에 있던 직원이 내부 자료를 대기업에 유출했던 것이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 회장은 "직원 중에도 더 많은 애착을 갖고 사랑을 많이 준 사람들이 떠난 경우가 많았다"며 "마음은 아팠지만, 인재를 사회에 배출하는 것도 기업의 사명이라고 생각고 마음을 달랬다"고 털어놨다.

의약품 도매상을 하던 그가 태준제약을 설립하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학교에 다녀오면 심장병으로 고통스러워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곤했다.

이 회장은 "모든 약은 병이 나면 치료하는 쪽으로 사용이 되는데 예방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면서 진단용 의약품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준제약은 안과용 의약품과 CT· MRI 조영제 등을 선도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다른 제약회사의 경우 동남아 저개발 국가부터 공략해 성장해 나가지만 태준제약은 유럽과 미국에 먼저 진출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약회사다.

한국실명예방재단과의 인연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2000년부터 한국실명예방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안약을 만들어 신약을 보급하는 것도 좋지만, 봉사에 참여하자는 마음에 재단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그는 "사고가 자주 나면 변호사가 많은 돈을 벌듯, 환자가 많으면 제약회사가 잘되지만,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며 "실명예방 활동을 하면서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실명예방재단은 1973년 설립돼 눈 건강증진 관련 사업을 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백내장 등 실명 원인성 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하나 경제적인 문제가 있는 저소득층에게 눈 수술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매년 약 3천500여명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안과 클리닉을 만들어 진료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자원봉사 의사들이 수술을 해주러 다녀온다.

그는 "백내장이 진행되는 사람들에게 개안수술을 해주는 것은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했다.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최대한 재단을 키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과거 선진국의 도움을 받았듯 저개발 국가에도 진출해 교육을 해주고, 국내에서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최종 목표는 저시력자들을 위한 종합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시력을 잃기 전에 미리 진단해 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저시력자에게는 수술을 지원해주고, 행여나 시력을 잃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유까지 해줄 수 있는 종합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재단이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런 활동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부터 솔선수범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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