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드디어 원유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40년동안 정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국내 수급을최우선으로 했던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만큼이나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산유국 지위를 넘보는 등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 사우디 처럼 기름 장사 나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미상무부가 텍사스 어빙에 위치한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즈'와 휴스턴 소재 '엔터프라이즈 프러덕츠 파트너스' 등 에너지 업체 2곳에 대해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전했다. 초경질유는 가솔린이나 제트연료, 디젤 등으로 가공할 수 있는 상태다.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처럼 원유를 수출하는셈이다.

미국의 원유 수출은 예견된 일이다. 미국은 지난해말에 셰일가스 생산을 본격화하면서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하루 2천200만배럴에 달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미국이 원유를 수출할 정도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가진다는 건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미국이 싼 에너지 가격을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국내 석화산업 어쩌나

미국은 당장 석유화학산업에서 제조업 르네상스를 만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석화산업 등 약한 고리부터 미국의 제조업 부활에 따른 후폭풍에 노출될 전망이다.









<S-Oil(붉은색)과 Exonmobil(검은색)의 주가 추이>



국내 석화산업은 미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미국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탄크레커를 기반으로 에틸렌을 제조한다. 우리나라는 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에틸렌 생산 비용은 톤당 600달러지만, 우리는 1천~1천200달러 수준이다.

국내 석화산업은 원가부담이 미국의 2배에 이르는 데다 주요 수출선이던 중국의 경기둔화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토탈,에쓰오일,SK이노베이션,GS칼텍스 등 관련 업계의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4~85%나 줄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9%를 담당하고 있는 석화산업은미국 주도의 에너지 판도 변화로 경쟁력이급속도로 약화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 정부 대책은 뒷걸음질

미국의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는 셰일 가스 개발에서도 우리나라는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리스크가 큰 에너지 개발 사업의 특성상 공공부문 주도의 셰일가스 광구 개발이 필수적이지만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 정책과 맞물려 오히려 있던 광구도 팔아야할 처지다. 해외자원개발투자 예산은 지난 2010년 1조3천억원을 기점으로 꾸준히 줄어 지난해 해 5천900억원이었고, 올해4천300억원에 불과하다. 생색만 내는 수준으로 의미 있는 광구 개발을 기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우리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던 석화산업이 조만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너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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