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권 및 외환시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단서를 정치적인 패러다임에서 찾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통화정책도 광의의 통치행위로 여겨지고,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통화정책에 대해서 뚜렷한 의지를 가질 경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에 맞서기 어렵다는 게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한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각종 지표를 통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나 불필요성에 대해서 논의하기에 앞서 과거의 정책적 사례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힌트를 찾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한국은행 기준금리(PR목표금리) 추이>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출범한 이명박 대통령 정부 시절, 통화정책은 독립성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경제팀 사령탑을 맡았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통위도 정부라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전폭적인 협조를 요구했고 한은 기준금리는 2008년 8월 연 5.25%에서 2009년 2월 연 2.00%까지 무려 325bp나 인하됐다. 한은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을 통화정책의 암흑기라고 여긴다. 그만큼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게 한은 안팎의 평가다.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했던 참여정부도 통화정책을 통치 행위의 하나로 보고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부동산 광풍이 불던 2006년 11월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정책 비서관이 이성태 전 한은 총재를 전격 방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김 전 비서관과 정권의 핵심 실세 였던 다른 비서관 한명이 한은을방문했다. 서울 채권시장은 청와대 비서관의 한은 방문을 부동산 폭등을 제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 시그널로 해석했다. 실제 연 4.50%였던 한은 기준금리(당시는 콜금리)는 2007년 7월부터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75bp 인상됐다.

이에 앞서 2004년 8월 박승 전 총재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전격 예방한 뒤 기준금리가 기습적으로 인하된 사례도 있다. 연 3.75%였던 콜금리는 8월과 11월에 두차례에 걸쳐 50bp 인하돼 3.25% 수준까지 내려섰다. 당시에도 물가 부담 등을 의식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였지만 박 전 총재의 이 전 총리 예방 이후내수 부진 등의이유로 금리가 전격 인하됐다.

기재부 관계자들은 통화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에 대해서 정권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통치권자의 의중이 기준금리에 투영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도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 등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영향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경기 부양이 검토될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정책조합(policy-mix)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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