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 부문의 금융부채 규모가 1조100조원을 돌파한 데 따라 가계 부채에 대한 논란이 재차 확산되고 있다.

늘어나는 가계 부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금리정상화를 포함해 적극적인 부채 연착륙 방안을 강구 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되는 한편, 가계의 금융자산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의 부채 규모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5일 한은이 발표한 '2011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부문(소규모 개인사업자 및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비영리단체 포함)의 금융부채는 1천103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말 기준 1천16조6천억원보다 86조9천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은은 이와 관련, "가계부문의 부채는 경제성장과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 제고 등에 따라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부채 증가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가계부문의 재무상태를 진단할 때는 금융자산의 규모와 건전성, 부채상환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가계부문의 금융자산은 금융부채보다 많이 늘었다. 금융자산은 지난 2010년보다 115조5천억원이 늘어나 2천303조4천억원을 기록함으로써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전년보다 늘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위가 위기를 초래할 수준이 아니며, 금리정책보다는 미시정책을 통해 과다채무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진단했었다.

그는 "소득에 비해 빚이 많은 과다채무자 비중이 2010년 전체인구의 8%에서 2011년 기준 9.9%까지 늘어났지만 위기를 초래할 만큼은 아니다"며 "과다채무자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증가하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사회 병폐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11년에 가계신용 잔액을 기준으로 912조8천억원 수준이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5%, 개인가처분소득의 157.6%로 절대적인 수준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부채 증가율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부채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가계부채 관련 공개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수준, 속도, 질의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가계부채가 시스템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사회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KDI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은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에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총량적으로 관리하려면 금리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해 금리정상화를 점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가계부채의 연착륙에 기여할 것이란 진단이다.

이와 반대로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가계부문의 부채 규모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면서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지 않는 것은 과거와 비교할 때 금리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인상은 부채 규모가 많아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실시해야 했다"며 "현재로서는 가계 소득이 늘어나게 하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소득대비 부채의 실질적인 규모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계부문의 금융부채 증가 규모 이상으로 금융자산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현재의 부채 증가 속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다만 절대적인 규모가 큰 상태에서 꾸준히 부채가 늘어나고 있어 전체 부채 규모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당국의 고민은 이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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